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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내년 초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가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달 말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을 시작으로 삼성화재가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고, 이달엔 D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요율 검증 의뢰를 준비 중이다.

요율 검증 의뢰는 보험료 가격을 조정하기에 앞서 그 타상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업계는 내년 초 책임개시일이 시작되는 자동차보험에 인상 요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청정부지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업계 '비상'

가뜩이나 악화된 경제 상황에서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을 손보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가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건 생존을 위해서다.

현재 손보사들은 정청부지 치솟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영업손실이 눈두덩이처럼 불어나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린 상태다.

9월 현재 손해보험사 11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일제히 90%대를 웃돌았다. 통상 업계가 보는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이에 따라 9월 11개 손보사의 누적 자동차보험 영업손실은 824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3.1%(6196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감축 등 각사의 비용 절감 노력에도 자동차 정비 공임 상승 등 손해율 상승 요인들을 감당해 내지 못한 것이다. 

DB손해보험·메리츠화재·MG손해보험 등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전화영업조직을 감축했으며,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이 조직에 대한 희망퇴직 공고를 띄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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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새는 구멍, '보험금 누수'를 막아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지급 보험금 누수를 막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사기는 이 기간 17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억원(5.5%)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적발액만 3000억원대라는 것인데, 사기 행위가 점점 조직화되고 있는 만큼 드러나지 않은 사기는 훨씬 많을 것이란 게 업계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사가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주목한 기술은 인공지능(AI)다. 

일례로 KB손해보험·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악사(AXA)손해보험 등은 현재 AI 기반 자동차견적시스템 'AOS알파'를 베타 서비스 중이다. 

AOS알파는 보험개발원이 개발한 것으로, 사고로 파손된 차량의 사진을 기반으로 AI가 손상된 부위의 판독부터 수리비 견적 산출까지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다. 수리비 견적 산출까지 3분 이내로 해결된다는 게 개발원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손해사정 업무 효율성 제고, 축적된 데이터 정보를 통한 보험사기 의심 행위 적발 등 1석2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핑안보험은 지난 2017년 일찍이 유사 시스템을 도입, 허위신고 등을 줄여 연간 7억5000만 달러(약 8850억원) 이상의 보험금 누수를 절감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걸림돌도 존재한다. 모 보험사 관계자는 "중국은 빅데이터 활용이 자유로운 편으로, 한국에서는 핑안보험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AI 시스템의 정교화를 위해서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대물 손해사정 통합운용으로 비용 절감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대물 손해사정 통합운용이 거론되기도 한다.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는 손해사정 여력이 다소 부족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통합 운용함으로써 전문성 확대와 사업비 절감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각사 간의 합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며 "대물 손해사정을 통합운용하면 비용절감 등 효과는 있겠으나 각사 간 이견을 좁히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음주운전, 무면허로 인한 사고에 대한 자기부담금 확대 방안도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개선해 손해율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지만, 1차적으로 시급한건 보험료 인상"이라며 "(보험 상품) 가격 통제를 (한국처럼) 이렇게 타이트하게 하는 나라는 없다. (보험사의 영업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가격 통제는 최소화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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