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서울와이어] 2020년이 곧 시작된다. 근로시간단축이 50인 이상 사업장에게도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이다. 2017년 이후 지속된 최저임금인상과 산입범위 논란, 2018년~2019년 탄력근로제개편과 근로시간단축 유예 논의 등은 여전히 뜨거운 이슈다.

그간 노동계의 현안이었던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인상’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는 각자의 목소리를 힘껏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2% 남짓인 시점에서 물가성장도 멈췄고 현금유동성 마저 상당히 경직적인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우리 경제를 지속・성장시킬 수 있도록 어떠한 노동방식이 주목받을지 고심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탄력근로제 개편을 노동계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를 언급했고,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와 재량근로자를 모두 포함한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2019.8.)'를 내놓은 바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 이른바 선진국형 모델의 유연근로제(탄력근로제, 재량근로제, 선택근로제 등)의 개혁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는 것이다.
 

우선 탄력근로제를 살펴보자. 이 제도는 법적으로 제도화됐지만 그간 3.4%도 안되는 시행률을 보였다. 강학상 여름에는 '아이스크림공장, 겨울에는 이불공장'의 소나기 근무를 예로 들었지만, 이젠 근로시간단축(주 52시간 초과 금지)의 시대에는 1년 중 집중적인 근무기간을 정한 후 유휴기간의 단축근로제, 장기휴가(최소 2주이상의 저축휴가제) 등을 도입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최대 1년간의 탄력근로제를 이미 시행하여 경제활동과 노동생산성을 조화하는 프랑스와 일본, 독일의 사례는 크게 참고할 만하다.
 

둘째로 재량근로제를 보자. 재량근로제는 업무의 성격상 근로자 재량에 따른 업무수행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는 근로시간(출퇴근시각포함)을 엄격히 정하지 않고 개별적인 근무지시를 하지 않는 분야에 적합하다. 이제 대한민국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돌입했고 이미 연구개발, 신종서비스업종이 중추가 됐으며 최근 플랫폼노동 분야까지도 10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종사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량근로제는 노사간에 주 52시간의 제한을 가장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미 법조계에도 근로시간 과중의 대명사였던 로펌(법률회사)에서는 재량근로제를 통해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법령상 재량근로제는 연구・개발, 신문・방송 관련업무, 디자인・고안, 법률・회계・특허・감정 등 업무에 적합하다고 하고 있고 그 외에 최근에는 금융투자분석 등의 업무도 포함됐다. 지난 20년간 포괄임금제가 확산됐듯이 재량근로제는 앞으로 우리나라 각계에서 근로시간의 합리적 조정방안으로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그간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나왔다. 메이데이라는 법률사무소를 열어, 근로자와 사용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모두가 수용하듯 근로시간 단축은 시대적 과제이고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그렇다면 사용자로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 가장 최고의 성과를 원할 것이고, 근로자는 그 시간을 반드시 보장받고 기존의 임금, 급여 등을 유지・개선하기를 바랄 것이다.

대한민국헌법에는 ‘노동’이라는 말이 없고, 성실히 일한다는 ‘근로’가 있다. 오랜 시간 일하는 노동의 형태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 성실히 일한 근로자, 성과를 내는 근로자는 어느 사업장에서도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서구처럼 ‘공허노동Empty Labor’이라는 노동의 해태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제 대한민국은 노동의 양보다는 노동의 질이 중요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근로시간단축 시대는 '노동의 질을 한층 끌어올리는 인사노무 개편'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단지 유연근로제가 근무시간 내의 집중근로제, 뽀모도르테크닉 등의 기법만을 의미하기 보다는, 여러 산업 부문에서 적절한 노무 모듈을 개발해 근로시간과 근로성과를 다시 조율할 필요가 있다. 많이 일한 사람보다는 더 나은 일을 한 사람이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는 세상을 예상해본다.

 

글: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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