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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대란' 이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에 나선 국민들이 적지 않다. 이제 가방에 보관했던 에코-백을 꺼내는 모습이나, 카페에 가기 전 텀블러를 씻어 챙겨나가는 모습은 더 이상 이색 풍경이 아니다. 

“환경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회용컵, 비닐봉지를 일상에서 없애려고 노력 중이고, 그 대안으로 텀블러와 에코-백이 등장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에코-백과 텀블러가 있다. 전시장에 가도 과거엔 비닐봉지에 담기던 자료가 이젠 에코-백에 담기고, 쇼핑백 대신 에코-백에 구입한 물건을 담아주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비닐봉지가 사라지는 대신 에코-백을 비닐봉지 주듯 마구마구 주고 있는 것이다. 텀블러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사이즈, 용도별로 회사,집, 가방, 차등 내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널려있고 사용하다가 실증이 나면 소모품 구입하듯 부담 없이 또 구입하고 있다.

뭐든 많이 가지고 있어야 든든한 민족성이 여기에서 또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려면 텀블러 하나를 오래 써야만 가능하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여러 개의 텀블러를 구매하거나, 텀블러를 산 뒤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일회용 컵을 대체하기 위해 생산하는 텀블러가, 일회용 컵 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반전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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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명 주기 사용 에너지량 분석 연구소(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의 연구에 따르면, 텀블러 사용으로 실제 환경보호 효과를 누리려면 유리 재질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재질은 17회, 세라믹 제질은 최소 39회 사용해야만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 보다 나은 효과를 낼 수 있고 에코-백 역시 에코-백을 구매한 뒤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 보다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비닐봉지), 종이봉투, 면 재질의 에코-백 순서로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데 각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하면, 종이봉투는 비닐봉지 보다 3번 이상 재사용돼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고, 면 재질 에코-백은 비닐봉지와 비교 시 131번 재사용돼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고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비닐봉지)가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과 면 재질의 에코-백을 비교하자면 적어도 에코-백이 7100번 재사용 되어야 하고, 심지어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진 에코-백은 2만번 재사용 되어야 한다고 한다. 

단 하나의 에코-백만을 닳도록, 자손 대대로 써야 하는 것이다. 에코백과 텀블러가 tv쇼 진품명품에 등장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연구결과 수치상으로만 보면 슈퍼마켓에서 가져온 비닐봉지를 최대한 많이 재사용 한 다음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재활용하는 편이 에코-백을 구매하는 것 보다 환경적으로 휠씬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지구 온난화’ 관련 연구일 뿐, 해양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는 역시 비닐봉지가 가장 좋지 않다.)

결론은, 텀블러나 에코-백을 쓴다고 다 환경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을 핑계로 패션 소품처럼 이것들을 남용해 다회용기를 일회용품처럼 쓸 경우엔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이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기후위기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했고,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범국민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이제 캠페인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인이 텀블러 쓰고, 한 등 끄고, 조명을 LED로 바꾼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선은 이미 넘은 지 오래다. 개인의 실천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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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 7억 톤을 넘었다. 물론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과 일본 등은 지난 2000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그런데 우리는 2000년 대비 배출량이 47%나 늘어났다. 

일부 정치파가 탈원전에 극렬히 반발하면서 석탄화력, 미세먼지 이슈도 비틀려 잠잠해졌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또는 석탄화력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탈원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물론 이미 형성된 에너지 기득권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체제를 전환하는 건 당연히 힘든 과정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값싼 연료를 기반으로 한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전력에서 우위를 점해왔는데, 그렇게 만든 시장제도, 가격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어떤 비용이, 왜 발생하는 것인지,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지불해야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의 없이 정부가 처음부터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딜레마로 남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산업, 상업, 농업, 가정 전반에서 전력화 현상을 심화 시켜 전력소비량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요금에 대해 우리 사회는 과도하게 민감하지만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문제만 아니라 전력 낭비도 심하고 또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에너지효율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수요관리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요금과 가격체계를 바로잡아 합리적으로 타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안전에 대한 규제, 오염과 낭비를 줄이기 위한 규제 등 좋은 규제는 반드시 해야 한다. 에너지효율 규제를 높이면 기업들이 규제를 지키기 위해 연구투자를 늘려 기술 발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효율 산업이 활성화되고, 에너지 총 소비량과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결과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재활용을 제대로 하는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등 우리가 일상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고 이미 생활화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불편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적극성을 보여야만 가능한 ‘1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발 에코-백은 그만 만들고, 텀블러는 남발하지 말자.

이제, 환경을 바라보는 태도, 친환경을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클라스’를 따질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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