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서울와이어 이현영 기자] 주요 대기업의 총수들이 책임경영을 회피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주요 대기업 집단(그룹)의 총수들이 계열사의 이사직을 전혀 맡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과 행사하는 경영권을 고려할 때, 이런 '이사 등재 회피' 현상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시각이다.

   

그룹 계열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이사회가 대규모 내부거래 등 고민이 필요한 사안에 대부분 이견 없이 찬성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 총수일가 이사 등재율 15.8→14.4%…"책임 경영상 바람직하지 않아"
   

공정위는 9일 국내 대기업 집단(그룹)의 총수 일가 이사 등재, 이사회 운영, 소수 주주권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담은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56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존재하는 49개 소속 1천801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이사 명단에 올라있는 회사는 17.8%(321개)로 집계됐다.

   

총수 일가는 주로 주력회사(이사 등재율 41.7%), 지주회사(84.6%),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56.6%)에서 이사로 등재된 상태였다.

 

 5년 연속 분석이 가능한 21개 기업집단을 보면, 총수 일가 이사 등재 계열사 비율은 14.4%로 2017년의 15.8%에서 1.4%포인트(P) 떨어졌다. 2015년(18.4%)과 비교하면 4년 새 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재직 중인 회사의 비율도 2015년 5.4%에서 올해 4.7%로 0.7%포인트 하락했다.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효성,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한국타이어, 태광, 이랜드, DB, 네이버,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유진, 하이트진로 등 19개 기업집단은 아예 총수가 어느 계열사에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10곳의 경우 총수 2·3세조차 단 한 계열사의 이사도 맡지 않았다.

   
◇ 사외이사 비중 51.3%…대규모 내부거래, 100% 이사회 원안 가결 
   

56개 기업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모두 810명으로, 전체 이사의 51.3%를 차지했다.

   

작년 이후 2년 연속 분석이 가능한 54곳의 사외이사 비중도 51.3%로, 2017년(50.7%)보다 0.6%포인트 늘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에 이르지만, 최근 1년(2018년 5월∼2019년 5월)간 전체 이사회 안건(6천722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24건(0.36%)에 불과했다.

   

특히 이사회 안건 중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755건·11.2%)은 모두 부결 없이 원안 가결됐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인 27개 상장회사에서도 이사회 원안 가결률은 100%에 이르렀다.

   

250개 상장회사는 이사회 안에 524개의 위원회(추천·감사·보상·내부거래 위원회)를 두고 있었다. 이들 위원회 역시 1년간(2018년 5월∼2019년 5월) 상정된 안건(2천51건) 중 12건을 빼고는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공정위가 이사회와 위원회를 통틀어 1년간 처리된 대규모 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한정) 관련 337개 안건을 들여다보니, 수의계약(331)의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80.9%(268건)에 이르렀다. 시장가격 검토, 대안비교, 법적쟁점 등 거래 관련 검토사항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은 안건도 68.5%(231건)나 차지했다.

   

◇ 총수 없는 상장사 60% 전자투표제…기관투자자, 의결권 79% 행사 
   

소수 주주의 권리 행사를 돕는 장치 가운데 유일하게 전자투표제만 도입과 실행 사례가 늘었다.

   

분석대상 상장사 250개 중 34.3%(86개)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28.8%(72개사)에서 실제로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이 행사됐다. 이런 도입률과 행사율은 작년(23%·20.5%)과 비교해 11.3%포인트, 8.5%포인트씩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의 도입률은 4.5%, 8.2%로 1년 새 0.1%포인트, 0.6%포인트 떨어졌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작년과 마찬가지로 아예 실행된 사례가 없고, 서면투표제 실시율도 5.4%에서 5.3%로 오히려 하락했다.

 

 

 특히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의 계열 상장사 230개의 집중·서면·전자투표제 도입 비율은 각 3%, 8.3%, 32.2%로, 총수 없는 기업집단 계열 상장사 20개(20%·10%·60%)보다 눈에 띄게 낮았다.

 

 최근 1년(2018년 5월∼2019년 5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35개 상장사의 주주총회에 참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 의결권 비율은 78.4%였고, 이들 의결권 지분 가운데 찬성 쪽에 92.7%, 반대쪽에 7.3%의 지분이 행사됐다.

   

작년과 비교 가능한 54개 기업집단만 따로 보면, 국내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비율은 1년 새 77.9%에서 78.7%로 높아졌다.

 

다만 반대 비율은 오히려 9.5%에서 7.1%로 떨어졌다.

   

정창욱 과장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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