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13일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한 금융사의 손해배상 비율을 손실액의 15~41%, 평균 23%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사와 피해기업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내로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이번 분조위는 피해기업 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나머지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과 협의해 손해배상 대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변동해 많은 기업이 피해를 봤다. 분쟁 조정 대상인 4개 기업의 피해액만 총 1490억원에 달한다.

분조위는 키코 사태를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먼저 은행이 4개 기업과 키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타행의 환헤지 계약을 감안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체결한 점(적합성 원칙 위반)을 꼬집었다.

아울러 오버헤지로 환율 상승 시 향후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객보호의무 위반)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손해배상 비율 결정 배경으로 "은행의 고객보호의무 위반 정도와 기업이 통화옵션계약의 위험성 등을 스스로 살폈어야 할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배상비율에 대해서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적용하는 30%를 기준점으로 2013년 대법원 판례를 고려해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상비율이 다소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조정 성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과거 법원 판례에서 나온 평균 배상비율은 26%고, 4개 기업에 대한 분조위의 결정은 평균 23%다. 크게 차이는 안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KDB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으로 조정됐다. 

분조위는 금융사와 피해기업에 조정 결정 내용을 조속히 통지해 수락을 권고할 예정이다.

다만 분조위 결정이 강제성이 없는 데다 키코 사태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건인 만큼, 금융사들이 수락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금융사들은 2013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금을 일부 지급한 바 있어, 또다시 배상금을 지급하게 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분조위는 "5군데 로펌으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동일한 결과를 받았다"며 "소비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면 경영 판단의 원칙에 따라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내용을 은행에 여러 차례 설명했다. 배임 이슈는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이후 분조위는 금융사와 추가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협의한 후 자율조정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키코 사태와 얽혀 있는 기업 수는 총 732개사이며, 분조위는 이중 100여곳이 추가 분쟁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오버헤지에 해당하며 과거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기업 등이 그 대상이다. 

분조위는 과거 '동양사태'와 동일하게 자율조정 하한선 10%를 설정했다. 앞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분조위에서 상·하한선을 모두 설정한 것과 달리 하한선만 둔 것이다. 

분조위는 "아무래도 기업에 대한 것과 개인(DLF)에 대한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동양사태와 동일하게 10% 하한선만 적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금번 조정이 마지막 구제수단인 점 등을 고려해 양 당사자의 간극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된 건이라도 임의변제가 가능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갈등 종결을 위해 조정안을 권고해 당사자간 화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분쟁조정기구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와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오후 12시30분 금감원 앞에서 분조위 결과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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