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RPA에 AI를 더한 서비스 '오로라 챗봇'을 선보였다 / 사진 = 신한은행

 

[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국내 은행권들이 RPA(로봇 처리 자동화) 도입을 서두르며 치열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17개사에서 올해 추진한 48개의 디지털 사업 중 RPA 비율이 약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시스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RPA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요 은행 뿐만이 아니다. 은행연합회와 다수의 연구원을 비롯한 기관에서도 자동화 시스템과 관련된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은행권, 크게는 금융 업계가 앞다퉈 자동화 시스템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RPA 확산, 효율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사회적 현상도 한몫

RPA는 인간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로봇을 이용해 자동화하는 기술로 기존 사무 직무를 대체하는 주요 방법으로 꼽힌다.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는 글로벌 RPA 시장의 규모가 2022년 2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용 최소화와 업무효율성 측면에서 기존 사용해온 ERP(전사적자원관리)보다 생산성이 입증된 까닭이다. 

 

사회적 여건이 긍정적으로 조성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전년도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와 ‘모바일 뱅킹’ 확산 문화는 비대면 채널 확장으로 은행권 RPA 도입을 이끌었다. 

 

특히 전년도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은행 창구 이용률은 8.8%에 그치며 은행 점포 통폐합을 부채질했다. 근무시간 감소는 점포별 감당 업무량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에 은행권 RPA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됐다. 

 

◇ 발전에 발전을 거듭... 국내 은행권 RPA에 AI를 결합하다

 

은행연합회를 포함한 5개 기관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은행 수익성은 위축돼 자기자본이익률 기준 7% 전후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주요 은행들은 생존을 위한 효율적인 업무화 대비책으로 RPA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전년도부터 RPA를 38개 업무에 적용, 40만8000시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 사이의 효율 격차가 크지 않아, 시간 단축과 수익 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기존 자동화 기술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비정형 문서처리까지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정보 유예기간 확인 프로세스, 개인형 퇴직연금(IRP) 급여 이전 등록업무, 차량미납 과태료 자동등록까지 확장시키겠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기업여신 금리승인을 포함해 마케팅, 리스크 관리까지 전 분야에 로봇 120대 규모의 RPA를 도입했다. 더불어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RPA와 AI를 융합한 로봇 프로세스를 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은행권은 RPA 도입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이뤄냈으며 AI와의 결합을 통한 더욱 고도화된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꾀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인력 감소가 예측되며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현재는 근로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대됐다는게 업계 여론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관련 리포트를 발간해 RPA가 △평균 12개월의 페이백(Payback) △20~3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 △근로자의 업무 만족도 제고를 불러왔으며 경험부서의 78% 이상이 추가 도입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정제호 수석연구원은 “향후 RPA 도입은 기술이 아닌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이해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현업 담당자의 RPA에 대한 학습수준을 높인 후 타 분야로 확산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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