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네이버, 이브와 월-E]

 

[서울와이어] 사람의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한다. 눈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만 있는 신비스러운 능력 아닐까 한다. 그런 능력은 로봇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2008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월-E’는 달랐다. 앤드류 스탠튼 감독과 짐 모리스 제작으로 이루어진 월-E는 대화 없이 눈빛으로 로봇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환경 오염의 경각심을 일으켜 주듯 지구는 이제 쓰레기만 남았다. 사람들은 지구에서는 살 수 없으므로 거대 우주선 ‘액시엄’에 태워 우주로 보내진다. 대신 인간이 없는 사이 지구를 깨끗하게 청소해 줄 월-E(WALL-E :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를 남겨두었다.
월-E의 로봇들은 명령 수행 중 고장 나고 이제 남은 건 작은 로봇 월-E 하나이다. 월-E는 홀로 남아 700년 동안 청소를 한다. 지구에 남아있는 쓰레기를 정육면체로 압착하고 차곡차곡 한 곳에 쌓아둔다. 비록 단순 작업을 하는 월-E이지만, 월-E는 로봇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월-E는 나름 수집가로 무엇인가를 계속 수집한다. 

월E가 수집한 것은 사람들 추억 속의 물건들이었다. 볼링 핀, 도시락용 포크 겸용 스푼, 지프 라이터, 추억의 비디오, 큐브, 인형 등으로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월-E의 에너지는 태양광에서 얻는다. 그러던 중 살아있는 식물도 발견하고 소중하게 간직한다. 

 

어느 날, 하늘에서 최신 탐사 로봇 ‘이브’가 지구로 내려왔다. 이브는 지구를 살릴 수 이는 무엇인가를 찾고자 만들어진 로봇이다. 이브는 눈사람같이 하얗고 파란 눈을 가진 예쁜 로봇이었다. 그런 이브에게 월-E는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이브는 여전사와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진 로봇이었다. 월-E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예쁜 이브를 조심스럽게 따라다닌다. 점차 두 로봇은 가까워지고 월-E는 이브에게 자신의 수집품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월-E는 이브에게 식물을 보여주자, 이브는 갑자기 식물을 몸에 품고 정지된다. 

월-E는 이브를 깨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이브는 계란과 같은 상태로 굳어져 있다. 그리고 우주선이 다시 돌아와 이브를 데려갔고 월-E도 따라갔다. 

 

액시엄 우주선에는 많은 사람이 컴퓨터와 기계에 의존하며 의자에서만 생활한다. 몸은 완전히 뚱뚱해져 있으며 씻고 먹고 마시는 모든 일은 기계가 알아서 해준다. 우주선을 지키는 선장 역시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 걸을 필요 없이 기계가 알아서 씻어주고 입혀준다. 손바닥 두 번을 치면 알아서 시스템이 시작되며, 말만 하면 커피도 저절로 등장한다. 선장의 여유로운 커피 시간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ß II, 1825-1899)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음악이 나온다.

 
‘왈츠의 왕’인 별명을 가진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그는 500곡이 넘는 왈츠, 폴카 등을 남겼다. 특히 1867년에 남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도나우강을 배경으로 한 곡이며, 당시 빈 시민의 용기를 주기 위한 작품이었다. 1866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오스트리아의 국민은 사기를 잃고 우울한 분위기였다. 그때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곧 다가올 밝은 미래를 겨냥하는 밝고 경쾌한 왈츠로 국민을 위로했다. 초연 당시 빈 합창단의 아마추어 시인인 요제프 바일 (Joseph Weyl)의 가사가 있는 곡이었으나 좋은 호응은 얻지 못했고 1867년 관현악으로 편곡된 작품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곡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한니발’, ‘타이타닉’, ‘마지막 4중주’, ‘영웅본색 2’ 등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곡이다. 

 

조수미의 성악이 있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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