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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난 초등학교를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했던 베이비 붐 세대다. 물론 그 시절엔 학생수에 비해 학교가 적어 그랬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아이들이 많긴 했었다. 며칠 전 학교에 다닐 학생이 없어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의 시골 학교들이 살 집과, 일자리, 어학연수 등 파격적인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순간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단계까지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주변만 보아도 결혼 적령기를 넘긴 비혼자들이 너무 많고, 결혼은 했지만 경제적인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자녀문제를 보류하고 있는 지인들이 있다. 

그 동안 나라 걱정, 대통령 걱정, 조국 전 장관 부인문제 등 남의 걱정만 하고 정작 내 미래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엔 무심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최근 수년간 감소세를 보이며 2017년 1.05명을 찍었고 지난해에는 결국 0.98명을 기록하며 1.0명 이하로 내려앉았다. 전쟁이나 기근을 제외하고 자연적으로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내려간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2022년 이전 출생아 수 30만명대가 무너지고 20만명대에 진입하게 되고 합계출산율은 0.72명까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쯤 되면 거의 국가적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30년 뒤 우리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주역이 되었을 때 대한민국은 어떠한 나라가 되어 있을까? 이대로라면 줄어든 인구로 인해 성장도 멈추고 국제적 위상도 떨어져 70년간 성장했던 역동적 국가는 잊혀진 지 오래인 국가. 어쨌거나 틀림없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될 것이다. 

당장 20년 후 대학생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대학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 교육기관, 교육자, 사교육 시장 모두 기로에 서있게 될 것이고 집값 상승을 막는다고 여기저기 짓고 있는 신도시는 어린이들이 사라지면서 고스트 타운이 될 운명이다. 정치적 이유에서 늘어가는 고속전철의 역사(驛舍)도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도 인구가 줄면서 상당수 폐쇄되어 갈 수 있고 인구가 줄어든 마을도 도시도 지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본다. 주말마다 교통 체증을 감수하며 즐기러 다니던 놀이동산, 리조트도 상당 부분 폐쇄될 것이라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인구의 질이다. 결국 젊은이 한 사람이 노인 2명을 돌보아야 하는 구조,. 국가의 활력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 악순환이 고착화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십 수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줄어드는 합계출산율을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출산 문제에 봉착한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파격적인 정책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저출산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저출산 문제는 일자리와 주거, 보육, 교육, 소득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합적인 문제라 그 우려점과 원인을 알면서도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지지만 현재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대비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막대한 국가 재정을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오늘을 위해 쏟아 붓는 일에만 관심 있어 보인다.  

위기의식이 전혀 없는 정치권과 정부를 향한 우아한 체념이나 위로의 말은 집어치우고 싶다.

나를 위해서도, 나의 자식을 위해서도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 아이가 있으면 더 행복할 수 있는 ‘유자식이 상팔자’ 되는 세상 꼭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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