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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어느덧 2019년의 끝이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부단히 열심히 살았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푸근한(?) 성취감은 거의 없다. 매년 그래왔겠지만 올해도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도 어려웠다는 푸념이 대부분이다. 움츠러진 사회 분위기로 미뤄보건대 단순한 엄살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예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왜 유독 더 그런 것 같을까?

지난 한 해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우리 국민에게 많은 혼란과 고통을 주었다. 권력층의 위선적인 처신으로 인한 사회분열, 입으로는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원칙과 질서를 허물어뜨리고도 자기들끼리 서로 감싸고 두둔하는 모습은 아주 가관이었다. 정치 지도자들은 민심을 다독이기보다 ‘내 편, 네 편’을 부추기며 바뀐 정권에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의 믿음을 깨버렸다. ‘정의의 불평등’을 절감한 국민들이 주말마다 “이게 나라냐”라고 아우성칠 수밖에 없게 만든 지난 시간들.

먹고 사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조만간 살아날 것이라던 경기는 계속 내리막길이고 정부가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일자리 창출’은 결과물이 없다. 자영업자들도 바닥만 치는 경기에 연달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대학을 졸업하고도 띵까띵까 놀고 먹는 젊은이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기존 40~50대 직장인들의 밥그릇까지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왔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큰 부자는 못 될지언정 자기 앞가림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먹히지 않는다. 정부가 세금을 쏟아 부어 퍼주듯 베푸는 각종 지원금을 기웃거리는 약삭빠른 부류만 늘어났을 뿐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 덕에 내 집 마련의 꿈은 유언으로 남겨야 할 판이고 집이 있는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폭탄 세금이 걱정이다. 

내년에는 노인 일자리를 더 늘리겠다고 하는데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되지만 계속 늘어나는 재원을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것인지… 말도 없이 뜯어가는 세금이 얼마나 더 다양해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지금껏 온갖 약속과 다짐이 이어졌으면서도 실현된 것이 거의 없는 이유는 뭘까. 사람보다는 국가 운영의 틀과 제도를 먼저 바꿔야만 땜질하듯 새는 틈새에 세금을 쏟아 부어 해결하는 어리석은 대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무언가를 다 마무리 짓지 못한 체 새해를 맞는듯한 찜찜함이 남는 2019년이었지만 그래도 내년에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한번 꿈꿔보고 싶다. 

무엇보다 내년 한 해는 정말 경제가 다시 회복되어 땀 흘려 일하고 그만큼 땀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 당당하게 취업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많이 있는 사회, 청년과 노인, 여성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2020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저녁시간”이 있으나 시간을 즐길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타까운 현실은 저녁에 남는 시간에 대리운전으로 투-잡을 뛰고 일찍 퇴근한 날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서민의 경제 상황. 이런 정책을 과연 필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앞을 내다볼 때 정부를 다시 한번 더 뒤를 돌아봐 주었으면 한다. 내년에는 주변 사람들이 ‘살 맛 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올 한 해를 잘 분석하고 추산해서 내년에는 좀 더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과한 욕심을 부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연말에 받을 성과금이 기대되고, 내년에 오를 월급 인상분이 기대되는 사회, 내 주변을 살피는 여유가 생기고 내 작은 풍족함을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회, 지금은 어렵지만 조금만 버티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사회야 말로 ‘살 맛 나는’ 사회가 아닐까.

하루하루를 그렇게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이래저래 심드렁할 수밖에 없는 연말. 올해로 끝 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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