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망] 한국경제 바닥 찍고 반등…미중무역분쟁·브렉시트 등 대외리스크 주목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산업 관련 지표의 회복으로 본 2020년 우리나라 상반기 경제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며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다 하반기 미국 대선 등 대외리스크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상반기 경제 개선이 본격 회복국면으로 들어선다기보다 지난해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과 반등 모멘텀이 강하지 않고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올해에도 대외리스크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국내경제는 다소 힘들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타난다.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장들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합하면 우리 경제는 올해 2.2∼2.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잠재성장률은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2%로 내다봤고,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3%를 예상했다. 정부는 여기에 정책 의지를 보태 2.4%를 제시했다.

 

1.9∼2.0%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경기가 다소간 개선될 것이란 게 이들 기관의 전망이다.

 

이런 전망의 주된 근거는 지난해 부진했던 설비투자와 수출의 개선 예상이다.

 

지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2018년 기준·통계상 불일치 등 제외)를 살펴보면 민간소비가 48%, 정부소비가 16%, 건설투자가 15%, 설비투자가 9%, 지식재산물투자가 6%, 순수출이 5%를 각각 차지한다.

 

설비투자와 수출은 민간소비와 비교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변화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미치는 기여도가 크다.

 

주요 투자은행과 전문기관들도 반도체 업황이 바닥권에 근접하면서 그동안 쌓인 재고가 줄고 있으며, 올해 중에는 5G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주요 무역 관련 기관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수출은 오랜 '마이너스 행진'을 멈추고 1분기 중 플러스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지난달 ’11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미·중 스몰딜(부분합의) 가능성, 브렉시트 시한 연기 등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반도체 가격 회복, 수주 선박의 인도 본격화 등이 뒷받침될 경우 올해 1분기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트라(KOTRA)는 지난달 발표한 '2020년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와 수출 전망'에서 올해 한국 수출은 올해보다 3%가량 증가하며 5500억달러를 웃돌겠다고 전망했다.

 

품목별로는 지난해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이 올해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는 반도체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재고 정상화와 데이터센터 수요 회복, 5세대 이동통신(5G) 도입 확대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돼 지난해보다 수출이 10%가량 늘어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차부품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중심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점쳐졌다.

 

코트라는 올해 중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나 중동·유럽·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같은 호재가 기다리고 있어 일반기계, 선박류, 반도체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증가하겠지만 액정표시장치(LCD) 판매단가 하락이 이를 상쇄하면서 수출이 8.4% 줄어들겠다고 예측했다.

 

철강은 미국과 EU의 수입 규제, 무선통신기기는 해외생산 확대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한 한국 수출을 올해는 반드시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최우선적으로 경기 회복과 반등이 꼭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성장률을 2.4%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단기적으로 경기 반등에 급급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토대를 구축하는 측면도 저와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 날 발표된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소비·투자 3대 지표가 '트리플 반등'하고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째 상승한 데 대해 "앞으로 경기 반등의 모멘텀 확보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홍 부총리는 "최근 실물 지표의 흐름은 올해 경기 반등 기대를 뒷받침하는 모습으로, 특히 그동안 크게 부진했던 수출도 마이너스(―) 폭을 크게 줄여나갈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세계 경제 회복 등 기회 요인을 최대한 살리고 리스크 요인은 철저히 관리해 빠르고 강한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확실히 만들겠다"며 "경제팀이 한마음 한뜻으로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선 올해 경기가 바닥을 다지며 소폭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이를 두고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올해 성장률이 주요 기관 전망치의 상단인 2.3%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잠재성장률(한은 추정 2.5∼2.6%)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다소 완화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변수라고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미국 대선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것이고 미국 기준금리 향방을 놓고 동결과 추가 인하 전망이 엇갈리며 달러 강세로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이 점쳐졌다.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대외리스크와 미국 기준금리, 환율을 놓고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대외리스크 요인에는 미·중 무역 합의 이행과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공통으로 꼽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브렉시트와 홍콩 시위, 중국 경제 둔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미국 대선이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지목됐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이 될 전망"이라며 "이와 함께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미·중 통상분쟁이 1차 합의에 이르렀지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인기에 부응하는 통상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브렉시트 전개, 홍콩 사태, 중동 긴장 고조 등 외교·안보 정책의 불확실성도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중 무역 합의 이행 여부와 친디아(중국+인도) 리스크, 자산 가격 버블 등을 위험 요소로 꼽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향방을 놓고는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약간 더 우세했다.

 

최정표 KDI 원장과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내년에 2회 이내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해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이 지속할 경우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리동결에 무게를 실은 연구기관장도 적지 않았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2019년 중 3차례의 '보험적 성격' 금리 인하가 일단락된 가운데 경제여건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미국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줄어들었다"며 "앞으로는 물가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연준이 금리 인상에 신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을 놓고는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은 "달러의 완만한 강세가 예상된다"며 "원/달러 환율은 올해 평균 1200원, 구간으로는 1170∼1220원 정도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168원, 달러당 1150∼1200원 사이에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최정표 KDI 원장, 이재영 KIEP 원장,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참여했다.

 

결국 경기가 반등하겠지만 강도가 강하지 않으면서 반등 흐름이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중반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와 정보기술(IT) 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 투자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새해 우리나라가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단기적으로 성장세 회복을 도모하면서도 혁신성장동력을 확충해 나가는 것"이라며 "민간이 창의적 혁신역량을 발휘해 투자 확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율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특히 "저금리에 따른 수익 추구 행위가 부동산이나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쏠림으로 이어져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융·외환시장의 불안 발생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에는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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