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네이버]

 

[서울와이어] 그리스 영화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1973- )의 영화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는 깜깜한 화면 속에 슈베르트《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F단조 D. 383》의 음악으로 시작한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아래에서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노래한 시로 ‘성모 애가’라고도 한다. 《스타바트 마테르》의 영상과 함께 시작된 깜깜한 화면, 수술 장면과 버려진 장갑은 이 영화의 모든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의 내용은 생각할수록 복잡해진다. 종교적, 신화적이며 비판적이다. 제목에서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 소년 마틴과 어른 스티븐, 선악과를 암시하는 애플파이, 발등에 키스, 눈에서 흐르는 피눈물, 포테이토, 캐찹, 사랑하는 가족을 제물 바쳐야 하는 선택 그리고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 등 보여지는 복잡한 복선과 암시 속에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성공한 외과 의사로 심장 전문인인 스티븐(콜린 파렐 분)은 수술 전 두 잔의 술을 마신 탓에 마틴(배레 케오간 분)의 아버지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따라서 수술한 스티븐은 자신의 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희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가를 처벌하는 자는 소년 마틴으로 보인다. 모든 정황이 소년 마틴에 의해 스티븐의 가정이 파괴되었다고 생각되지만 마틴은 어떠한 행동도 직접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년 마틴은 예언을 했고 실제 그 예언대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정말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스티븐 가족은 안과 의사 아내 안나(니콜 키드먼 분)와 딸 킴(래디 캐시디 분) 그리고 아들 밥(서니 설직 분)이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과 깔끔한 규율을 유지하면서 가정이 잘 형성되어있다. 스티븐이 어느 한 식당에서 소년 마틴(배리 케오간 분)을 만나면서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결국 아들 밥은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되어 걷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이런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소년 마틴은 스티븐을 찾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이 제 가족을 죽이셨으니 선생님 가족 중 한 명도 죽어야 균형이 맞죠. 누굴 죽여야 하는지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그건 선생님이 결정하셔야 해요. 만약에 죽이지 않는다면 모두 병들어 죽을 거예요. 첫 번째로 수족이 마비되며 두 번째는 먹는 걸 거부해서 기아 상태에 이르며 세 번째로 눈에서 피가 나오고 네 번째로 죽을 거예요” 

 

그리곤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더한다. 세 번째 단계인 눈에서 피가 나면 죽을 때까지 몇 시간 남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선생님은 병들지 않을 거라고 한다. 딸 킴도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하반신 마비가 되어 픽 쓰러지면서 병원에 실려 온다. 킴이 합창으로 부르는 노래 《종들의 캐롤》 Carol of the Bells 은 1904년 미콜라 레온토비치(Mykola Leontovych, 1877-1921)가 작곡한 곡에 미국 작곡가인 피터 윌하우스키(Peter J. Wilhousky, 1902- 1978)가 영어 가사로 만든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이 캐럴은 어두운 느낌을 주는 선율이며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음악이다.  

 

 

전체적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면서 등장하는 음악들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Sofia Gubaidulina,1931-), 와 리게티György Ligeti, 1923-2006)의 음악으로 현대 음악 애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혹은 듣기 어려운 곡들의 연결이다. 쉽게 와닿지 않는 곡이지만 킬링 디어 OST로는 정말 잘 맞는 곡이었다.

 

스티븐은 아내, 딸 킴 그리고 아들 밥 중 정말 누구를 죽여야 이 악몽 같은 일을 끝낼 수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어두운 영화는 결국 제물처럼 한 명의 희생으로 마감됐다. 그리고 남은 스티븐 가족은 처음 소년 마틴을 만났던 식당에서 바흐의 《요한 수난곡 BWV 245 Chorus: Herr, unser Herrscher》의 음악과 함께 끝이 난다.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