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강력한 제재와 핵합의(JCPOA: 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새로운 핵합의 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핵합의를 준수하라”는 유화적 메시지를 내놨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란에 “2015년 서방과 맺은 핵합의를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3개국 정상은 성명에서 “핵합의에 어긋나는 모든 조처를 되돌리고 합의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더 이상의 무역 행동이나 핵·탄도미사일 확산 시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도 10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이란에 핵합의를 준수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이란은 미군의 공습으로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PMF) 부사령관이 살해되자 지난 5일 핵합의 탈퇴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7월 미국·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주요 6개국과 핵합의를 맺었지만 “핵합의에서 정한 어떤 제한도 더 이상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무제한으로 우라늄 농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은 계속 이어가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BBC 등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포기 가능성이 낮아 핵합의는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에 참가한 국가들에 대해 “핵합의를 파기하고 세계를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하는 딜을 하자”고 주장했다. 

이란의 핵합의 탈퇴 발표 후에도 ‘핵합의 유지’에 적극적이던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EU도 “이란 핵합의는 국제 안보에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독일·프랑스 정부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중동의 안정을 받쳐주던 핵합의가 붕괴되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핵개발 도미노가 가속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이란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해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난민 증가와 테러 등 유럽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요소가 늘어날 수 있어 이란을 핵합의로 복귀시키려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이 핵합의를 유지하는 메리트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중동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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