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한보라 기자

[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기업은행이 중기대출 150조 원의 역사적인 성과를 뒤로하고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김도진 전 행장이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성장’을 위한 성장이 ‘이익’을 내는 성장으로 변모했다고 말한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기업은행의 작년 3분기 연결 순이익은 2018년 동기간 대비 17% 증가한 1조4602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 또한 151조1000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1위(22.6%)를 점했다.

 

당초 기업은행은 이런 우수한 실적을 토대로 올해 중소기업 ‘희망의 청사진’을 그려낼 방침이었다. 저성장‧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과 중소기업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업은행은 은행장 인사를 중심으로 벌어진 노사갈등에 반등은 커녕 정상적인 경영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신규 선임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제도와 조직 문화를 바꿔 소위 윤종원 발(發)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는 임명 이후 14일째 본점 로비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산 넘어 산이라고 와중 예고된 시장내 경쟁심화와 내재 리스크로 꼽히는 높은 중기대출 연체율로 인한 적신호는 말할 것도 없다. 기업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시중은행의 2~3배에 달한다.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 경영상황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부가 요구한 중소기업 활성화에 시중은행권 또한 중기대출을 향한 문을 개방하는 추세다. 자칫하다간 공든 금자탑이 무너질 기로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투자, 인력충원 등 자금 유통을 도맡은 기업은행에 있어 시급한 것은 ‘은행장 인사’ 문제가 아닌 혁신을 통한 안정적인 조직 운영이다. 기업은행이 기본으로 돌아가 경기 반등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노사와 정부는 서로의 입장을 반목하기 보다는 소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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