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에도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고 있다.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에도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를 비롯해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무역 관련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16일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금융 기업 전망' 보고서에서 "1단계 미중 무역합의는 긍정적이지만 양국 간의 핵심 차이, 특히 미래 기술 경쟁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은 기업과 투자심리를 계속 위축시켜 기업의 실적 성장과 수익성 증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15일(현지시간) 미중은 미국이 1600억달러(약 186조원)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보류하고 12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는 기존 15%에서 7.5%로 하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했다.

미국은 2단계 협상 완료 시 대중(對中) 관세를 즉시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 중국 당국의 국영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이 2단계 협상 테이블에 남아 있어, 최종 협상 가능성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1단계 무역합의가 이행돼야 2단계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합의문에 담긴 '농산물 320억 달러 추가 구매' 부분을 중국이 이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IBK투자증권 안소은 연구원 역시 "미국은 추가 관세 인하를 2단계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중국의 보조금 및 국영기업 개혁 문제 등을 다루는 2단계 협상은 단기간에 합의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1단계 무역합의로 불확실성이 완화됐지만, (중국의) 관세 부담은 여전히 크고 중국의 내수 여건과 별개로 미국산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도 생겼다"도 관측했다.

이어 "최근 내수부양책과 무역갈등 완화 기대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크게 반등했는데, 이번 1단계 무역합의 결과를 감안하면 중국 제조업 PMI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제조업 하방 리스크가 정부 부양책을 상쇄하고 중국 고용과 내수 경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KB증권 김두언·김우영 연구원도 "1단계 합의 내용의 지속적인 이행과 관련이 있는 중국의 법제화 의무 조항이 다소 모호하게 표현됨에 따라 2차 협상의 최종 타결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1단계 무역합의문만 놓고 볼 때 "일부 관세율의 인하 혹은 철회가 확정됨에 따라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0.1%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 합의의 이행 여부에 따라 철회됐던 관세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향후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와 중국 정부의 법제화 여부 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인이 크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미국이 중국에 관세 인하를 해 줬는데 미중 관계에 있어서 중국이 수출을 더 많이 할 길이 열리고 2000억 달러에 대해 미국에서 전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점도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원만히 이뤄지고 늘어날 여지가 있는 것은 한국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1단계 합의가 잘 이행될지, 2단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두 가지가 지켜볼 포인트"라며 "특히 2단계 합의 진행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올해 우리에게 미치는 중요 변수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