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DLF, 라임 사태 등 불완전판매를 벌인 주요 시중은행 / 사진 = 한보라 기자

 

[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고객 신뢰를 통해 보람을 얻고 사회와 국가의 가치를 높이자”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고객없이는 금융회사도 있을 수 없다. 고객의 입장을 먼서 생각하겠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우리는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모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키코에서 라임까지’ 미해결된 은행권 불완전판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올해 신년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제창하는 고객 신뢰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키코와 DLF 사태 피해연대와 시민단체는 “은행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깥으로는 사과와 배상을 내세웠지만 실제 조정과정에서는 배상금액을 낮추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는 것이다.

 

◇ ‘키코’는 DLF와 다르다...몸 사리는 은행권

1689억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사태로 피해를 본 주요 4개 기업(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재영솔루텍)의 손실금액이다. 키코 판매가 2007~2008년도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적은 액수가 아니다.

 

키코는 일정범위를 정해두고 환율이 그 안에서 변동할 경우 외화를 약정환율에 되팔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문제는 범위 바깥으로 환율이 올랐을 때 큰 손실을 보도록 설계돼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변동하자 많은 수출 중소기업이 도산을 면치 못했다. 전체 피해기업은 700여개, 피해액수는 3조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사태 분쟁조정위원회는 10년만인 작년 12월 12일 일성하이스코를 비롯한 주요 4개 기업에 한해 이뤄졌다. 분조위 조정결정은 피해금액 15%~41%의 배상권고였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금감원은 “판매은행들이 계약 체결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하거나 체결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환율이 상승할 경우 무제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예상됨에도 이런 위험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은행별 배상액수는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당초 지난 8일 제출됐어야 할 조정안 수용 여부는 1월 말까지로 연기됐다. 키코 분조위 대상 6개 은행들이 수용 여부 결정 시한을 미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 “CEO는 책임없다” 재심의 돌입하는 DLF 제재심 공방

3513억원, 해외금리연계 DLF에 대한 예상손실액이다. 금감원은 작년 10월 사태 관련 중간 점검결과를 발표해 “작년 9월25일 기준 잔액 6723억원중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파생결합펀드(DLF)란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비상장 증권(DLS) 편입 펀드다. 작년 DLF사태 때 연계된 해외금리는 독일 국채 10년물, 미국 국채 5년물 및 영국 CMS 금리다.

 

해당 상품들은 독일, 영국 등의 국채 금리가 급락하며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투자자 중 일부는 원금의 90% 이상을 손해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해외금리연계 DLF 상품은 출시부터 벼랑 끝을 걷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를 촉발한 DLF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건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은행 내규에는 고위험상품 출시를 결정할 때 상품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내부통제 부실에 더불어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또한 DLF 파장을 부채질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두 은행은 경영계획에서부터 DLF 판매 목표를 상향제시하고 본점 차원의 일(日) 단위 실적 달성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해당 은행과 CEO들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점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앞장서 배상을 추진했던 은행들은 17일 진행된 제재심에 앞서 “미흡한 내부통제를 이유로 CEO까지 제제하는 것은 이어지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금감원 측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연임에 들어간 우리금융 손 회장과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손꼽힌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에게 리스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제제심 당일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제재심 결과에는 금감원 뿐만 아니라 금융위 최종 의결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각종 이유로 오늘 안에 최종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실제 징계수위 결정은 오는 22일 개최될 2차 제재심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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