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중학생·고등학생 아들을 둔 50대 초반의 이경진(가명)씨. 아이들 교육비라도 벌겠다는 마음에 6년 전 대형마트에 취업한 이씨는 명절이 돌아오는 것이 무섭기만 하다.

명절 준비에 한 번 두 번 빠지다보니 처음엔 이해하고 다독여주던 형님이 어느 순간 싸늘해졌다. 처음엔 일손을 제대로 돕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이젠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함이 쌓여간다.

"저희 시골은 연휴 첫날에 음식을 준비하고 당일 이른 아침에 차례를 지내요. 그런데 음식 준비는 커녕 차례에도 빠질 때가 많아요. 명절 때마다 어머니나 형님께 죄송하고, 스트레스가 큽니다." 이씨의 말이다.

올해도 다수 대형마트 노동자들에게 명절은 없다. 설날이 토요일인 탓이다. 법적 의무휴업일은 둘째·넷째주 일요일이다. 이번 설날에도 대형마트는 대부분 의무휴업일인 26일 문을 닫는다. 일부 점포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의무휴업일을 설 당일인 25일로 변경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마트는 대부분 점포가 일요일인 26일 휴점하고 24,25일 근무한다. 설 당일인 25일 문을 닫는 점포는 명일점과 천호점, 이수점뿐이다. 이수점은 유일하게 25,26일 양일간 쉰다. 

홈플러스과 롯데마트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30여개 점포가 추석 당일 쉰다.

홈플러스는 31개 점포가 문을 닫는다. 강동·경기하남·경산·고양터미널·구미·김해·계룡·논산·마산·병점·보령·삼척·서귀포점·안산·안산선부·안산고잔·안양·인천숭의·인하·일산·원주·의정부·진해·창원·킨텍스·파주문산·파주운정·평촌·포천송우·화성향남·화성동탄 등이다. 나머지 점포는 설 당일 오전 11시부터 근무한다. 

롯데마트는 빅마켓을 포함해 39개 점포가 25일 휴점한다. 구리·김포공항·고양·경기양평·구미·김해·김천·나주·남악·동두천·당진·마산·상록·선부·시티세븐·삼계·은평·의정부·의왕·양주·안산·안성·인천터미널·웅상·양덕·원주·주엽·장암·제천·장유·진해·진주·제주점·충주·창원중앙·평촌·화정·홍성 등이다. 이외는 대부분 26일 휴점하며, 판교점과 첨단점은 예외적으로 27일 휴점을 결정했다.

반면 백화점은 연휴 기간 일제히 휴점에 들어간다. 대형마트의 경우 명절 당일이나 전날 휴점 시 고객 불편이 가중되나, 백화점은 이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들과 마트 그리고 소비자 간 입장 차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며 "대화를 통해 시스템 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백화점 휴무일자는 점포별로 상이하므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미리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