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우리‧하나‧신한금융지주에 이어 기업은행까지, 연초부터 금융권 수장들이 잇따른 악재에 부딪히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우리‧하나은행은 30일 제재심 최종 결정을 목전에 뒀다. 기업은행장 거취는 노사 반목 끝에 쉽사리 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 채용비리 1심 선고를 무난히 마쳐 한숨 돌린 채다.

 

DLF·DLS 사태 피해자가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 규탄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준 기자

 

◇ 3차 제재심 촉각, 우리‧하나은행 ‘삼성증권’ 선례 따라갈까

 

1‧2차 공방에도 불구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심이 3차전을 알렸다. 하나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소명까지 모두 끝났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DLF 불완전판매 사태 원인을 내부통제 부실과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 전략으로 꼽고 해당은행과 CEO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경영진의 내부통제 마련’ 기준을 쟁점으로 삼은 것이다.

 

제재심에서 우리‧하나은행 측은 “내부통제한 금융사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아직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며 “사태 관련 CEO 중징계는 법적 근거가 적다”고 주장하며 반론했다.

 

반면 금감원 측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에는 ‘경영진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른 것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부통제 책임은 CEO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둔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 소위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인 ‘유령주식 사태’ 때도 내부통제 부실을 근거로 CEO 징계를 확정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에게 직무정지를 전직 대표들에게는 해임권고(상당)를 선고했다.

 

그러나 현행 지배구조법은 임직원에게 내부통제 기준 마련만을 의무로 두고 있다.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 삼성증권의 사례와 달리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3일 기준 전체 피해자 중 60%에 달하는 400여 명에 대한 배상을 마쳤다. 하나은행의 경우 판매상품이 중장기 상품 위주여 피해자 배상비율을 추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DLF 배상위원회’를 꾸려 매주 확정된 건에 대한 배상을 진행 중에 있다.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사태 대처와 더불어 향후 내부통제 및 소비자 보호 방안 실천 경위를 적극적으로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이는 사실상 연임에 들어간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과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함영주 부회장에게는 큰 리스크다.

 

한편 우리‧하나금융 CEO의 운명을 가를 제재심 결과는 오는 30일 3차 제재심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노사 대치가 은행장 임명 18일째 평행선을 유지했다 / 사진 = 금융노조

 

◇ "은행장 선임권 정부에"vs"내로남불 맞서겠다"...기업은행장 향방은?

 

설 연휴 직전인 23일 기준, 윤종원 IBK 신임 기업은행장은 취임 이후 21일째 본점에 출근하지 못하며 경영공백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 기업은행 노조가 윤 신임 행장을 관치금융에 따른 ‘낙하산 인사’로 규정짓고 반대 투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노조가 윤 신임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 것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국내외 요직을 담당한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 은행 실무 경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정부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관치금융’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정부의 인사권을 강조했다. 노조의 대화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한 것이다.

 

이에 따라 거듭 팽팽해진 노사 대치는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한노총이 가세하며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윤 행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노사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음에도 노조 측에서는 투쟁 의지를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형선 기은 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찬스가 생겨나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는 독극물이라고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정책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경영 정상화는 다소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행장이 ‘경영혁신 태스크포스(TF) 신설’ 등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나 지금과 같은 외부 지시만으로는 핵심 업무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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