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 사망자와 확진자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통화인 엔화 매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이 춘절(春節·중국 설) 연휴를 연장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아시아는 물론 미국 등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감영 확대에 따른 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자금이 엔화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은 달러당 108.95엔으로 전 거래일 대비 0.33엔(0.30%) 하락한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과 통화가치는 반대로 환율 하락은 엔화 강세를 의미한다.

엔화환율은 지난 2016년 8월 달러당 100엔까지 떨어졌지만 약 4개월 만에 117엔대까지 치솟으며 안정세를 되찾았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시장 혼란이 장기화하며 매해 가파른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하면서 엔화환율은 달러당 110엔대까지 올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심판과 미-이란 갈등, 우한 폐렴까지 겹치며 이내 하락세를 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관계자를 인용해 “감염이 어디까지 퍼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이미 금융·자본 시장에서 엔화 매수와 주식 매도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닛케이지수)는 한때 전 거래일보다 500포인트까지 하락폭을 키웠다. 뉴욕증시 역시 미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오면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3대 주요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급락하자 리스크 회피를 우선하는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인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시장 경계감이 높아지는 것도 엔화 강세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5발의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공격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통신은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의 보복 공격 속에 끼어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오전까지 확인된 우한 폐렴 확진자가 2744명, 사망자 수는 80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기 때문에 춘절 연휴 기간을 당초 1월 30일부터 2월 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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