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미래의 세상은 바뀌었다. 사람으로 살고자 하면 커플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동물로 살아야 한다. 선택은 없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도시에서는 커플임을 증명하는 증명서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소재지만 그리스 영화감독인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1973- )의 영화 ‘더 랍스타’는 묘한 매력을 가진 영화이다. 

 

건축가 데이비드(콜린 파렐 분)는 아내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에 싱글이 되었다. 싱글이 되면 어느 호텔에 머물게 되며 그곳에서 커플이 되야지만 다시 도시로 나올 수 있다. 

호텔로 가는 동안 《베토벤 현악 4중주 1번 F장조 Op.18-1》의 2악장이 흐른다.

이 음악은 영화 전반적으로 종종 등장한다. 

 

‘현악 4중주’는 바이올린 2대, 비올라, 첼로의 현악기로 이루어진 실내악의 배합이다. 이 네 악기와 네 명의 조합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바로크 시대의 ‘트리오 소나타’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크 시대의 ‘트리오 소나타’는 궁정이나 귀족들이 방에서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나 오르간(화성을 연주하는 악기), 바이올린 두 대 (또는 건반악기를 제외한 다른 악기들)과 첼로(또는 베이스 비올, 바순 등) 이렇게 네 명이 연주하는 구성이다. 이러한 악기 중 건반 악기가 빠지고 4대의 현악기로만 연주하는 최초의 작품이 이탈리아 작곡가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Alessandro Scarlatti, 1660-1725)에 의해 작곡되었다. 이후 삼마르티니가 뒤를 이었고 1745년경 만하임 작곡가인 요한 슈타미츠, 리히터 등에 의해 현악 4중주가 작곡되었다. 점차 ‘현악 4중주’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하이든은 68편을, 모차르트는 26곡을, 베토벤은 16곡을 작곡했다. 그 중 《베토벤 현악 4중주 1번 F장조 Op.18》은 1798년 작곡한 후 1801년 출판된 작품이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번 F장조 Op.18》아래 여섯 개의 곡이 따로 작곡되었는데 그 중 《베토벤 현악 4중주 1번 F장조 Op.18의 No.1,2,3》은 1801년 6월에, 《베토벤 현악 4중주 1번 F장조 Op.18 No.4,5,6》은 10월에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베토벤 초기 작품으로 이전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보이며, 체코 귀족 로브코비츠 후작(Franz Josef von Lobkowitz, 1772-1816)에게 헌정되었다. 

 

(13:05  2악장)

 

이 호텔은 엄격한 법칙, 규칙에 따라 45일간의 시간을 준다. 싱글들은 함께 하는 운동인 배구, 테니스는 금지이며 골프나 스쿼시처럼 혼자 하는 것만 가능하다. 방도 싱글룸을 쓰며 누군가와 커플이 되면 2인실로 이동된다. 이전에 자신이 쓰던 개인 소지품은 모두 반입 금지며 호텔에서 지급된 것만 사용할 수 있다. 마치 군대처럼 양복, 바지, 셔츠, 넥타이, 가운, 허리띠 등의 옷과 신발은 호텔에서 지급된다. 그리고 흡연도 할 수 없다. 

 

45일 동안 이성을 찾지 못하면 입소자가 선택한 ‘동물’로 변하게 된다. 45일 안에 이성을 만나게 되면 한 달의 테스트를 거친 후 통과되고 커플만이 살 수 있는 도시로 돌아간다. 커플이 된 후 둘 사이가 안 좋으면 아이도 지급된다. 짝을 못 만나 동물이 되기 싫거나 이러한 상황을 못 견뎌서 호텔에서 도망쳐 숲에서 숨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숲에 사는 사람도 그들만의 규칙이 있다. 그들은 호텔과 정반대로 커플이 되면 안 된다.

 

호텔에 있는 사람들은 45일 안에 무조건 커플이 되어야만 사람으로 살 수 있다. 단 호텔에서는 45일의 기간을 연장 할 기회가 있다. 소위 ‘사냥’이라는 것을 하는데 숲에서 숨어 사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다. 그들을 ‘사냥’해 오면 45일의 기간은 인당 하루씩 연장된다.

 

데이비드는 커플이 되지 않을 시에 선택한 동물은 ‘랍스터’였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더 랍스터’이다. (※ 더 랍스터2로 연재됩니다.)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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