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한보라 기자

[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직원들을 위해주신다면 지옥까지도 따라가겠다” (김형선 기업은행 지부 노조 위원장)

 

취임 초 난행을 겪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29일 취임식을 마치고 정식 업무에 돌입했다. 역대 은행장 출근저지 최장기록을 갱신한 것으로 임기 27일만의 일이다.

 

점입가경으로 접어들던 기업은행 노사 갈등은 협의 자리에 당정청을 포함하고 나서야 극적으로 이뤄졌다. 연휴가 끝난 30일 노조에서는 윤 행장을 존중한다는 입장과 함께 공동 선언문을 공개했는데, 선언문의 주된 내용은 ‘노조추천이사제’를 비롯해 은행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 강화, 희망퇴직 시행, 임금체계 개편 시 노조와 협의할 것 등의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노조가 윤 행장을 앞세워 이득을 취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장 선임 때마다 튀어나오는 노조 투쟁은 늘 숨겨둔 목적을 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노조에게 또 다른 카드”라며 “이번 기업은행 노사 갈등 사태 또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협의 내용만 봐도 그렇다. 투쟁이 날카로웠던 것에 비해 후처리는 미온적이지 않았나. 함량미달의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했던 것에 비해 윤 행장을 수용할 즈음의 입장은 지극히 담담했다. 조건으로 내건 선언문과 입장에조차 정작 행장의 ‘함량’을 검증했다는 내용이나 향후 어떤 방식으로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방도는 제시돼있지 않다. 노조추천이사제 등의 계산법과 직원들을 위해주신다면 지옥까지 따라가겠다는 격양된 지지가 덧붙었을 뿐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할 당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는 노조를 일컬어 “그렇게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정면 비판한 멘트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당시 최 전 위원장은 “그저 노조의 존재감을 보여준다며 괜히 막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노조의 시위가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를 넘어 ‘보여주기 쇼’로 전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평이다.

 

이에 우리는 관련 노사 갈등에 앞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고 물어볼 수 밖에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본인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통해 “그러니 묻지 말지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라고 답했다.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은 통감하는 바이나, 투쟁 자체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생각하고 반성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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