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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이혼하거나 사별한 사람은 반드시 커플이 되어야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것도 45일의 유예기간 동안 나의 짝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시에는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살아가야 한다. 커플 메이킹 호텔에서는 커플이 되는 것을 도와주지만, 45일 이후는 가차 없이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거짓으로 커플을 꾸민 자는 아무도 원하지도 않는 동물로 만들어버린다. 

 
데이비드(콜린 파렐 분)은 아내와 헤어진 후 커플 메이킹 호텔에서 자신의 소지품을 맡긴다. 이때 나오는 음악은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8번 Op.110 4악장 Largo》이다. 

 

《현악 4중주 8번 Op.110 4악장 Largo》

 

쇼스타코비치(Dmitri Dmitriyevich Shostakovich, 1906-1975)는 15개의 현악 4중주를 작곡했다. 그중 《현악 4중주 8번 Op.110》은 1960년에 작곡된 작품이다. 이 시기에 쇼스타코비치는 소련과 동독의 합잡 영화인 ‘5일 낮, 5일 밤’에 사용될 음악 작곡하기 위해 드레스덴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드레스덴은 2차 대전에서 심한 폭격을 받은 도시였다. 쇼스타코비치는 큰 충격을 받고 단 3일만에 영화와 상관없는 《현악 4중주 8번 Op.110》를 작곡했다. 《현악 4중주 8번 Op.110》악보에는 ‘파시즘과 전쟁에 의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라는 부제를 적음으로 쇼스타코비치가 이 곡을 작곡한 의미를 밝혔다. 

《현악 4중주 8번 Op.110》의 5악장의 구조로 되어있다. 영화‘더 랍스터’에서 등장하는 4악장은 지속되는 A#음의 바이올린 선율과 세 개의 8분음표 화음은 포르티시모와 강한 액센트로 귀를 거스르게 한다.

 

영화 ‘더 랍스터’는 극도로 인간의 이기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데이비드는 호텔에 들어올 때 개와 함께 입소를 하는데, 그 개는 짝을 찾지 못한 그의 형이 개로 변한 것이었다. 데이비드는 호텔에서 두 친구를 사귀게 된다. 다리를 저는 남자인 존(벤 위쇼 분)과 로버트 혀짤배기 남자(존C. 라일리)이다. 

 

커플 메이킹에서 실패를 줄이는 방법은 사랑을 찾기 위해 자신과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사랑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고 단점을 감싸주려는 방식은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양 모두 자신과 공통점 찾기를 한다.

다리를 저는 남자인 존은 코피를 자주 흘리는 여인(제시카 바든 분)과 커플이 되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내서 코피를 내 그녀와 커플이 된다. 

사이코패스처럼 너무나도 냉정한 여인(아게리키 파루리아 분)은 데이비드와 짝을 이룬다. 데이비드는 약속된 45 일이 다가옴에 자신도 너무나도 냉정한 척 그녀에게 보여준다. 그녀는 데이비드가 자신처럼 냉정한 줄 알고 커플이 된다.

 

어느 날 냉정한 여인은 개가 된 데이비드 형을 발로 차 잔인하게 죽여버렸다. 피를 흘려 죽은 개를 보면서 데이비드는 눈물을 흘렸고 그녀는 거짓으로 자신과 커플이 됐다면서 신고하려 한다. 데이비드는 마취총으로 냉정한 여인을 쏜 후 그녀를 동물로 변하게 하고 숲으로 도망쳐 버렸다. 

 

숲에는 외톨이들만 사는 새로운 세계가 있었다. 이곳은 커플 메이킹 호텔과 정반대의 규칙이 있다. 즉, 커플이 되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데이비드는 같은 근시인 여자(레이철 바이스 분)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사랑하면 안 되는 규칙을 깨고 손 신호와 몸 신호로 서로의 사랑을 표현했다. 그리고 도시로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들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외톨이 리더(레아 세이두 분)는 근시 여자를 장님으로 수술 시켜 버린다. 사랑하지만 사람의 극도의 이기심은 근시 여자에게도 나온다. 

“왜 내 눈을 멀게 한 거야? 그(데이비드)를 멀게 할 수도 있잖아”

 

데이비드는 이제 그녀와 공통된 것이 없다. 둘의 사이는 사랑보다 동료로 지내는 듯싶었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장님이 된 그녀와 숲에서 도망쳐 도시로 갔다. 그리곤 어느 레스토랑에 이르렀다. 데이비드는 웨이터에게 스테이크 나이프를 주문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날카로운 칼을 눈에 대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 중간 외톨이 리더는 부모님이 눈치채지 못하게 일부러 커플인 척 연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때 부모님은 영화 ‘금지된 장난’의 《로망스》를 연주한다. 기타 음악인 《로망스》는 에스파냐의 기타 주자인 나르시소 예페스(Narciso Yepes, 1927-1997)가 영화음악을 담당하고 본인이 솔로 기타로 연주 한 곡으로 선율은 구슬프고 아름답다.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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