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 공장의 가동중단이 장기화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 공급이 중단되자 쌍용자동차에 이어 현대자동차도 당분간 모든 차종의 국내 생산을 중단한다고 4일 밝혔다. 재고가 소진된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자동차 내 배선을 묶는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서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실무협의를 거쳐 오는 11일까지 울산과 아산, 전주 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제네시스 G90, G80, G70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1라인과 스타렉스·포터 등을 생산하는 울산 4공장 2라인이 가동을 멈췄고 5일부터 울산 1공장, 6일부터 울산 5공장 2라인, 7일부터는 울산 2·3·4공장이 휴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어 쏘나타·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 승용차 공장과 전주 상용차 공장도 각각 6∼11일, 10∼11일 가동을 중단하며 현대차 셧다운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GM), 르노삼성차는 생산 중단 상황까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종코로나 사태로 현대차 전 공장이 셧다운을 맞고 기아차도 부품 공급 상황을 봐가며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라며 ”쌍용차도 조업 중단을 결정하는 등 자동차 산업 전체가 가동을 멈추면 한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이 부품 공급 거점으로 입지를 확대하며 전 세계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중국발 바이러스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이 지닌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외신은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제조 강국을 넘어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잇단 공장 가동중단으로 벌어진 후폭풍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중국이 생산한 자동차는 약 2570만대로 2010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완성차 공장 주변에 부품 공장이 몰려들며 자동차 부품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25%, 일본 10%, 한국과 독일이 각각 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 부품을 폭넓게 사용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혼다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 공장의 휴업이 길어지면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 생산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일본의 중국산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약 3470억엔(약 3조7845억원)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요타 한 관계자를 인용해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 재고 평균은 약 1개월분이지만 1주일분만 남은 경우도 있다“며 ”재고를 확인해 대체 생산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신종코로나 쇼크를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2018년 중국에서 엔진 부품과 구동모터 등 110억 달러(약 13조735억원)의 자동차 부품을 수입했다.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것 외에도 일본과 멕시코 부품 공장에 2차 가공해 수입하는 물량도 상당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완성차 생산라인 중단은 한국과 일본에서 먼저 발생하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미국도 생산량·라인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당국이 발원지인 우한(武漢)이 속해있는 후베이성(湖北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춘절 연휴 연장을 9일까지로 정했지만 생산이 재개돼도 인력 확보와 통관 문제 등으로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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