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작곡자이며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많은 교회 음악을 남겼다. 그는 맡은 바 직무를 성실하게 하는 사람으로 그의 음악은 엄숙하고 숭고하다.


바흐는 1741년 《클라비어 연습곡》 제4권 <2단 건반 클라비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30개 변주곡들>을 작곡했다. 피아노 이전에 나온 바로크의 건반악기인 쳄발로 된 이곡은 아리아(aria: 당시에는 주제 선율)와 30개의 변주 그리고 aria(아리아)로 이루어졌다. 현재 이 곡이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v94m_S3QDo
-피아노로 연주하는 글렌굴드


이 곡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불리는 이유는 최초 바흐의 전기(일대기)를 쓴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Johann Nikolaus Forkel, 1749-1818)의 일화 때문이다.


드레스덴에 방문한 러시아 대사 카이저링크(Hermann Karl von Keyserlingk, 1697-1764) 백작은 심한 불면증으로 시달렸다. 그는 바흐에게 수면용의 곡을 의뢰했고 백작의 전속 쳄발로 연주자인 골드베르크(Johann Gottlieb Goldberg, 1727-1756)가 그 곡을 처음 연주했기 때문에 연주자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곡이 불면증을 위해 작곡된 곡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현재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스펜스영화와 애니메이션 소재로도 사용되었다.


▲ [양들의 침묵-네이버영화 캡처]


토머스 해리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조나단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은 잔인한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살인 후 인육을 먹는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분)가 감옥에서 경관을 입으로 물어 뜯은 후 입에 피범벅이를 한 채 서 있다. 충격적인 이 장면에서 렉터는 여유롭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음악을 지휘한다. 아름답게 흐르는 선율이 잔인한 장면에서 등장하니 더욱 감정이 고조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_ICI0U6NPM
-‘양들의 침묵’에서는 <변주7>이 나온다.

▲ [시간을 달리는 소녀-네이버영화 캡처]


2007년에 개봉된 일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에서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나온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마코토(나카 리이사 목소리)가 과학실에서 작은 호두 같은 것을 밟고 넘어진다. 그때 바흐의 《골드 베르크 변주곡》의 <변주1>이 흐르면서 ‘타임리프’(시간 이동)의 능력을 얻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nERvJgd34g


마코토는 ‘타임리프’가 제한된 숫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난무하게 쓰는 바람에 정말 중요한 순간에 쓸 수 없게 되었다. 영화의 결말은 미래에서 온 치아키(이시다 타쿠야 목소리) 도움으로 모든 일이 행복하게 끝맺는다. 그러나 치아키가 떠남으로써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밀려온다. 물론 영화를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장면이겠지만, 치아키의 대사 “미래에서 기다릴게”라는 말은 가슴을 울컥거리게 하고 눈물을 핑 돌게 만든다. 그리곤 영화 초반에 나온 장면인 교실 칠판에 적힌 글을 되새기게 된다.


‘Time waits for no one’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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