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서울와이어] 주걸륜 감독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피아노 배틀 장면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사실 작품의 매력은 배틀 장면보다 주걸륜이 작곡한 피아노 음악과 그의 피아노 실력 그리고 플롯의 반전에 있다. 

 
피아노 전공인 샹룬(주걸륜 분)은 아버지(황추생 분)의 권유로 탄장 예술고등학교로 전학온다. 학교를 둘러보던 중 100년 된 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건물은 졸업식 날 철거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래된 건물 안에 들어오는 순간 피아노 소리가 나고 샹룬은 그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샹룬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보지 못했지만, 피아노가 있는 연습실에서 샤오위(계룬미 분)를 만나게 된다. 둘은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샹룬은 ‘피아노의 왕자’의 별명을 가진 위하오와 피아노 배틀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훗날 배틀의 목적은 생상(Camille Saint Saens, 1835~1921)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의 피아노 악보를 받기 위한 것임이 나온다.

 

샹룬은 수업 중 샤오위에게 7시에 연습실에서 만나자고 쪽지를 보낸다. 그러나 그 쪽지는 샹룬을 좋아하는 칭(증계현 분)이 받게 되고 샹륜은 연습실에 온 칭이를 샤오위로 오해하고 키스를 한다. 샤오위는 그 상황을 보고 도망가고 샹룬은 뒤따라가지만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후 샤오위를 만날 수가 없었다.

 

샤오위를 그리워하면서 샹룬이 치는 곡은 주걸륜이 작곡한 《Lu Xiao Yu》이다. 

 

 

시간은 흘러 드디어 졸업식 날이 되었다. 샹룬은 졸업 연주회에서 배틀에서 받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를 연주한다. 그리고 한동안 보이지 않던 샤오위가 나타난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1886년 마르디 그라(사육제의 최종일) 음악회를 위해 작곡했다. 《동물의 사육제》 안에는 ‘사자’, ‘암탉과 수탉’, ‘야생 당나귀’ 등의 동물들과 동물과 상관없는 ‘피아니스트’, ‘화석’ 등을 포함하여 14곡의 관현악곡이 들어있다. 

생상스는 《동물의 사육제》 출판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백조’만 출판을 허락했다.

피아니스트 고도프스키(Leopold Godowsky, 1870-1938)는 ‘백조’를 피아노 솔로로 편곡했다. 고도프스키는 폴란드계 미국인으로 유대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부분 이전 음악가인 요한 슈트라우스, 쇼팽, 슈베르트, 생상스 등의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재탄생시켰다. 고도프스키의 놀라운 편곡 실력 이외 더 놀라운 것은 독학으로 성공한 피아니스트라는 점이다. 그러나 고도프스키는 1930년 이후 공연을 할 수 없었다. 런던에서 음반을 녹음 도중 뇌일혈에 의해 오른손 마비가 왔으며 1932년에 아들의 자살, 1933년 아내의 사망 등으로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1938년 고도프스키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샹룬은 샤오위가 남에게는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만 보이는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샤오위를 찾을 수 없는 슬픔에 휩싸여 샤오위 책상에 앉아 있는데 책상 위에서 샤오위의 글씨가 저절로 나타났다. 

“너를 사랑해. 너도 나를 사랑하니?”

이후 샹룬은 탄장 예고의 선생님이자 아버지로부터 샤오위가 20년 전 탄잔예고 다니던 학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년 전 어느 날, 샤오위는 피아노 건반 아래에 숨겨진 《비밀(secret)》 악보를 발견한다. ‘음표를 따라 여행을 떠나시오. 빠른 건반을 타고 돌아와야 하리라’

즉, 샤오위가 발견한 《비밀(secret)》 피아노 악보는 천천히 연주하면 미래로 갈 수 있고, 빠르게 치면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의 악보인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샹룬은 철거되고 있는 건물로 들어가 연습실에 도착한다. 

그리고 《비밀(secret)》 곡을 아주 빠르게 곡을 연주한다. 그리고 건물 철거를 위한 커다란 렉킹 볼이 덮치는 순간 샹룬은 20년 전 샤오위가 살던 과거로 도착한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중 《비밀(secret)》)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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