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이 4개월이 넘도록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 사진 = KDB생명 제공

 

[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이 4개월이 넘도록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내달까지 KDB생명을 정리해야 하는 산업은행으로서는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사모집합투자기구(PEF)는 최장 10년까지 금융사를 지배할 수 있다. 

 

산은은 지난 2010년 3월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설립하고 산하에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SPC)를 두는 방식으로 약 6500억원에 금호생명(現 KDB생명)을 인수했다. 이번 매각 시도는 인수 이후 네 번째로, 앞서 산은은 2014년에 두 번, 2016년에 한 번 총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산은은 이번 매각을 통해 PEF와 SPC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8800만주)와 경영권을 처분하겠다는 목적이다. 2017년 정재욱 사장 취임을 통해 대규모 적자를 개선하고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부문을 강화한 것 또한 결국 처분을 위한 디딤돌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KDB생명의 체질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KDB생명의 지금여력비율(RBC)이 225.5%(2019년 말 기준)까지 3년 만에 급등한 것은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것으로 경영지표가 상향된 까닭은 아니다. 

 

산은이 이렇게까지 KDB생명의 실적을 개선하려 한 이유는 시장과의 매각가격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지금까지 KDB생명 측에 1조25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원금 회수는 아니더라도 6000억원 이상의 매각가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동걸 산은 회장은 당초 높여잡았던 기대 매각가와 관련 "최근 시장 인식에 동의한다. 시장이 가격을 맞추면 거기에 따라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푸르덴셜 등 동종업계 우량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이번 만은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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