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의 원본.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남북이 전쟁없는 한반도를 위한 큰 걸음을 뗐다. 청와대는 "실질적인 남북 종전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19일 이틀간의 만남을 통해 '동창리 시험장·미사일발사대 영구 폐쇄' '연내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 등 내용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문을 완성했다.

남북 정상은 △비핵화 진전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전쟁위험 종식 등 3대 의제를 중심으로 이틀간 회담을 이어갔으며, 그 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들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4.27 판문점선언이 추상적인 단어들로 한반도 평화의 의지를 담았다면, 이번 선언문에는 구체적인 실행계획들이 나열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이번 선언을 통해 실질적인 종전을 선언하고, 그를 통해 조성된 평화를 바탕으로 공동 번영으로 가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성과"라고 평가하며 "과거 북측이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이 보여주기식 폐기라는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 서훈 국정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 국무위원장.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 폐쇄키로 한 점이다. 아울러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특히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남북은 비무장지대 내 모든 GP 철수를 추진, 그 시범적 조치로 군사분계선(MDL)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GP 각각 11개를 철수하기로 했다. 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기 위해 화력 장비를 모두 제거하는 한편, 비무장지대 내 공동유해발굴을 추진키로 했다.

윤영찬 수석은 "한반도 비핵화는 영변 핵시설 폐기 의지를 밝힘으로써 북한 핵 불능화가 실천적 단계에 돌입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는 실질적 불가침을 제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공동 번영으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한마디로 전쟁 시대를 끝내고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기 위한 실천적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외신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며 일제히 호평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한국과 한 약속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겨냥한 김정은의 대담한 전략(gambit)"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회담은 올해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을 향한 길을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정 무렵까지 정상회담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고 국제 전문가들 앞에서 (핵) 실험장을 영구 해체하기로 합의했다"며 "매우 신난다!"고 적었다. 9월 평양공동선언문 결과가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표현이었다.

다만 합의문에 비핵화 단계적 일정표가 빠진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WP는 "비핵화 과정을 진전시키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는 군사적 협의 외에 남북 교류 협력 부분도 다수 포함됐다. 

우선 연내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아울러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했다. 적십자 회담을 통한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이밖에 △10월중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 등 국제 경기 공동 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 협력 △3.1운동 100주년 공동 기념 등 문화·예술분야 교류도 더욱 증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후 발표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박3일 일정으로 18일 오전 평양을 방문했으며 20일 김 위원장과 백두산에 방문한 뒤 서울로 귀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키로 했다.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분단의 한과 상처들이 조금이라도 사라질 수 있게 평화를 위한 성스러운 여정을 두 손을 굳게 잡고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최초의 북한 최고지도자 방문이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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