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강해지며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채권시장에 자금이 몰리며 미 국채수익률은 하락하고 달러화도 강세를 보이는 등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애플의 실적전망 보고와 기준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하겠다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자산 몰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온스당 17.20달러(1.1%) 급등한 1603.60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5% 상승한 금 가격은 201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가격은 지난달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폭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살해되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는 추이를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이란 갈등 상황과는 다르다며 금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코로나19가 미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연준의 금리인하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면 가격이 오르는데 이자가 붙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면 더 강세를 보인다.

지난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면서도 코로나19를 리스크 요인으로 꼽으며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준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7월 FOMC에서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47%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19 불확실성에 혼조세를 보였던 뉴욕증시와 달러가치가 19일 발표된 미 경제지표 호조에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미 국채 가격도 여전히 강세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56%에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3개월 국채수익률(1.57%)을 밑돌며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 우려에 지난주 뉴욕증시 하락세가 채권 매수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가 조기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 2분기에는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월 주택지표와 생산자물가 호조 등으로 국채 가격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관측이 강해지며 투자자들이 다시 채권 매입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 둔화와 중국의 추가 부양책 발표에도 달러가치는 강세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33으로 전 거래일 대비 0.33% 상승했다. 

반면 달러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엔화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약세를 보이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엔화환율은 전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9.87엔에 거래를 마쳤지만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 시작과 동시에 상승곡선을 이어가며 현지시간 오후 2시 현재 전 거래일 대비 1.59엔(1.45%) 오른 111.46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화환율이 달러당 111엔대까지 치솟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과 통화가치는 반대로 환율 하락은 엔화 강세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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