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마지막날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등이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 보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박3일간 평양 방문일정을 마치고 20일 귀한했다.

문 대통령은 이틀에 걸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이틀에 걸친 회담 끝에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원칙 등을 명문화 한 '9월 평양공동선언문'을 완성하고, 남북 정상 내외의 백두산 공동 등반이라는 명장면을 만들며 2박3일 평양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양으로 향하기 위해 관저를 나서고 있다. 반려견인 풍산개 마루가 꼬리를 흔들며 환송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리설주, 공항서 문 대통령 내외 영접… 따뜻한 포옹과 눈부셨던 카퍼레이드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해직항로를 통해 오전 9시49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안착했다.

공항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직접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를 포옹했고,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리 여사는 두 손을 꼭잡고 근황을 나눴다. 공항을 가득 메운 평양 시민들은 분홍색 조화와 한반도기, 인공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한국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5월 26일 판문점회담 이후 115일만의 만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115일만의 재회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타고 18일 평양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공항 환영행사와 카퍼레이드는 이날의 또다른 명장면으로 남았다.

두 정상은 오후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곧바로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청와대는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군사긴장 및 전쟁위협 종식이라는 3대 의제만 공지했을 뿐,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이었던 1시간30분보다 30분가량 늘어난 2시간동안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입장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5시간 대좌 끝에 '군사적대 종식' 담아낸 '9월 평양공동선언문'

두 정상은 일정 이틀째인 18일 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전 10시부터 65분간 두번째 회담을 이었다. 그리고 이틀간 총 185시간의 대좌 끝에 '군사적대 종식'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문'을 함께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27 판문점선언이 추상적인 단어들로 한반도 평화의 의지를 담았다면, 이번 선언문에는 구체적인 실행계획들이 나열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 폐쇄키로 한 점이다. 아울러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의 원본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특히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남북은 비무장지대 내 모든 GP 철수를 추진, 그 시범적 조치로 군사분계선(MDL)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GP 각각 11개를 철수하기로 했다. 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기 위해 화력 장비를 모두 제거하는 한편, 비무장지대 내 공동유해발굴을 추진키로 했다.

윤영찬 수석은 "한반도 비핵화는 영변 핵시설 폐기 의지를 밝힘으로써 북한 핵 불능화가 실천적 단계에 돌입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는 실질적 불가침을 제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공동 번영으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한마디로 전쟁 시대를 끝내고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기 위한 실천적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연내 서울 방문 '깜짝 발표'… 문 대통령, 15만 北 주민 앞 '평화' 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남북정상회담 기간 동안 환대해 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평양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는 군사적 협의 외에 남북 교류 협력 부분도 다수 포함됐다. 연내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개최,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개소,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 협력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이 명시됐다.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로선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경기장에 모인 15만명 북한 주민들 앞에서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외쳤다.

한국 대통령이 대규모 북한 대중 앞에서 공개 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15만 관중들은 모두 기립한 채 문 대통령의 발언에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이 장면은 남한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마지막날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등이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두 정상 내외 '백두산 동반 방문'… "국제사회에 굉장한 감동"

문 대통령의 일정은 20일 백두산 등반으로 마무리 됐다. 

문 대통령은 2박3일간의 북한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이날 오전 김 위원장과 백두산에 올랐다. 장군봉을 본 남북 정상은 백두산행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인 향도역에 잠시 들렀다가 오전 10시10분 케이블카를 타고 10시20분께 백두산 천지에 발을 내디뎠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 부부는 천지 주변을 산책했고 여기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도 동행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모습을 두고 "두 정상 부부가 백두산에 선 그 장면만으로도 국제사회에 굉장히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고 험하겠지만 두 정상에 천지를 내어준 백두산 기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서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기념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송이버섯 2톤(2,000kg)을 미상봉 이산가족에게 추석 선물로 보낸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北에서 온 선물… 송이버섯, 미상봉 이산가족에 추석 선물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에 송이버섯 2톤을 선물했다. 청와대는 소중한 선물을, 아직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한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추석 선물'로 나누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송이버섯의 검사·검역 절차를 마치고 선물 발송을 위한 포장 작업을 진행했다. 선물에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해당 메시지에 “북한에서 마음을 담아 송이버섯을 보내왔다. 북녘 산천 향기가 그대로 담겨있다. 부모 형제를 그리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보고픈 가족의 얼굴을 보듬으며 얼싸안을 날이 꼭 올 것이다. 그날까지 건강하기 바란다”고 기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사흘 뒤인 23일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으로 출국한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등 평화에 한발짝 더 나가가기 위한 차후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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