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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이명철 기자]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필자가 일하는 곳 근처 카페는 아이 엄마들의 수다의 장으로 변모한다. 직장인들의 출근시간도 지나고 점심시간은 이른 한적한 그 시간에, 아이 엄마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아이를 안고 나와 카페에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마치 거리의 정물화처럼 카페 안에 그려져 있던 그녀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카페가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선언했고, 이후부터 그녀들도 그 카페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 않았다. 

 

노키즈존에 대한 갑론을박은 몇 해전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치열하게 대립해 왔었다. 하지만 정부 정책으로 가릴 수도 없는 그 대립은 개인 간 오해와 상처를 계속 남기고만 있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입장은 영업상 자유, 타인의 평화로운 휴식을 보장한다는 견해다. 반대하는 입장은 영유아를 잠재적 위험 집단으로 설정하고 사전에 차단해 버린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다. 

 

법적 해석도 갈린다. 온라인 사전에 등록된 노키즈존 찬반 대립에 관한 그을 살펴보면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특정 손님의 입장 거부는 민법상 계약 과정에서 손님을 선택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에 속한다고 본다. 반면 노키즈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헌법상 평등의 원리, 차별 금지의 원칙 등에 따라 업주의 과잉 조치라고 본다.

 

두 입장 모두 이해가 가고 수긍이 간다. 나름의 이유도 확실하다. 하지만 이렇게 노키즈존이 확산되는 것에는 약간의 우려가 된다. 남혐, 여혐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 시대가 아이혐오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아이의 무신경함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가 있다면 이는 분명 올바른 지도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노키즈존을 외치는 이들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지도를 하기 전 냉담한 시선을 먼저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출산장려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요식점포에서 노키즈존을 외치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아이들을 데리고는 눈치가 보여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없게 만드는 사회의 냉혹한 시선. 아이들은 죄가 없다. 단지 어머니를 따라 나왔을 뿐이고, 놀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가 음식점과 카페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색안경을 낀 눈초리로 쳐다본다면 그것 역시 폭력이라 할 수 있다. 

노키즈존을 외치는 수많은 외식 점포들에게 제안한다. 아이들의 무질서한 행동과 그것을 방관하는 부모의 자세가 싫다고 한다면 ‘노키즈존’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점포 내 한 부분을 ‘키즈존’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돈을 들여 흡연실을 만들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 하나를 내어주는 배려야 말로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글 : 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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