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와이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종이의 필요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학교 수업도 컴퓨터 위주의 수업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고, 출판시장은 전에 없이 위축되어 있어 반등의 기회를 좀체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자 책과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세대들에게 종이로 읽는 거리들은 이제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하다. 이는 외식업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종이로 사보를 발간하던 기업들이 하나 둘 없어지더니, 이제는 그 수를 손에 꼽을 만큼 사라졌다. 디지털 홍보가 주가 된 이 세상에서 그 누가 종이를 원하겠냐는 생각 하에 종이 사보를 없앤 것인데, 어쩐 일인지 종이 사보가 요 근래 들어 외식업체들 사이에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식업체에 때 아닌 아날로그 바람이 불어 오고 있다.  

 

사보는 임직원 및 협력사를 위해 만드는 사내보와 기업의 소식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사외보로 나뉜다. 한창 종이 사보가 활발히 만들어졌던 15년 여전쯤에는 사내보, 사외보 모두 적게는 수 천개, 많게는 만 부가 넘게 찍어내던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이 보편화 되면서 온라인 웹진 형태로 기업의 소식을 전하는 창구가 바뀌었다. 하지만 외식업계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며 종이 사보 시대를 다시 열고 있다. 기업 문화를 효과적으로 정착시키고 널리 공유하는 수단으로 사보를 활용하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청년다방’은 지난 2016년부터 ‘청년늬우스’라는 사내보를 만들어 직원 및 가맹점주들과 소통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중 가장 빠르게 종이사보를 적극 도입한 케이스인데, 커다란 신문형태로 제작되는 ‘청년늬우스’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흥미로운 볼거리들로 가맹점주들에게 좋은 평을 듣고 있다.

 

‘하남돼지집’은 지난달 사내 매거진 ‘the H’를 창간했다. 하남돼지집 관계자는 일선 가맹점주들에게 종이 매체를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과 풍부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취지다. 계간으로 발행되는 ‘the H’는 국배판 변형, 총 50페이지 분량으로 업계의 생생한 동향부터 하남돼지집 내에 새로 도입되는 제도, 우수 가맹점 운영사례 분석, 직원 인터뷰, 협력 업체 근황, 본사 사업 부서 소개 등 다채로운 소식을 담고 있다.

 

‘피자알볼로’ 역시 이달 초 기업 가치를 담은 사보 ‘알볼로타임즈’를 발행했다. 피자알볼로는 사보를 통해 고객 및 구성원을 대상으로 내·외부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함은 물론, 브랜드 슬로건인 ‘피자는 이렇게 만들어야 합니다’를 널리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외식업계에서 종이 사보의 부활이 일어난 것일까. 예측해 보건데, 종이 사보는 갑과 을로 구분돼 명시되고 있는 요즘의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관계에 돈독한 정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장치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은 줄 수 없는 종이만의 따듯한 느낌, 그 느낌을 빌어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과의 관계에서 따듯한 온기를 넣어줄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록 본사 입장에서는 품이 많이 들고 비용도 비싸고 신경 쓸 것이 훨씬 많아지지만 그들의 노력이 곧 빛을 발할 것이다. 정성을 들이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는 법이니까.  <글 : 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