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중앙시장 모습들]

 

[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갑자기 가을이 신고식이라도 하는 듯 요 며칠 꽤 쌀쌀해졌다. 계절이 바뀌면 괜히 이래저래 마음만 바빠져 사계절 중 제일 예쁜 잉크 빛 하늘을 쳐다 볼 여유가 없어진다.

철 지난 옷 정리, 가족들 환절기 피로 회복에 좋은 먹거리 생각, 곧 다가올 김장 밑 준비 등… 

미리 걱정을 당겨 하지 않아도 되지만 차가운 공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츠리게 하여 여유를 빼앗아 간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시 오지 않기에 환절기 감기로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조금은 차갑다 느껴지는 가을 신고식을 누리고자 모처럼 전통시장 방문을 했다.

요즘처럼 나들이 가기 좋은 주말이면 청계천을 끼고 광장시장, 방산시장, 중부시장, 황학동 벼룩시장 등에 많은 인파가 몰린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신당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 중앙시장에 가 보았다.(서울중앙시장은 지하철을 이용하면 편리하며 교통편이 많아 시장 이용이 편리하다.) 

서울 중앙시장은 이름처럼 서울 대표시장이라 할 만큼 규모가 크다.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로 서울 3대 시장으로 꼽힌 시장이며, 예전엔 서울 시민이 소비하는 양곡의 70% 이상이 거래되던 규모의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특산물로 꼽히는 닭과 돼지의 부산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품목이 거래되고 있다.

2009년에 회 센터처럼 운영되었던 지하에는 예술가들의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들어서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시장 북쪽으로 마장로가 개통되면서 주방기구와 가구 및 인테리어 점포가 생겨났고 바로 옆엔 그 유명한 며느리만 모르는 신당동 떡볶이거리도 있어 항상 소비자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다른 전통시장처럼 이곳도 예전 기억보다는 많이 조용해진 분위기였다. 그러나 구역별로 나뉜 시장 게이트 중에 돼지와 닭 부산물을 파는 구역은 섹시한 핑크 불빛으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었다.

 

[사진=서울중앙시장에서 구입한 등뼈]

찬바람 솔솔~~ 보글보글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했는데 국산 돼지치고는 제법 살이 푸짐한 한 마리 분의 늘씬한 등뼈 한 줄을 득템 해왔다.

국내산 돼지는 뼈 주변 부위가 인기가 특별히 높아 장인들의 예술적인 발골기술을 유감없이 발휘 해야 하는 부위인지라 정육점 아저씨와의 돈독한 친분이 없다면 살 점 풍부한 등뼈 구입은 어렵다. 그래서 푸짐한 살집을 자랑하는 업소용 등뼈는 범 세계적인 수입산이 대부분이라 보면 된다.

집에 오자마자 핏물 제거 위해 등뼈는 찬물에 담궈 두고 곧 다가올 김장 전에 김치냉장고 정리도 할 겸 조금 남아있던 작년 김장김치도 물에 살짝 씻어 [묵은 지 감자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감자탕은 부재료로 무엇을 넣는냐에 따라 메뉴 제목이 다양해지는 재미있는 팔색조 식재료이다.)

메뉴만 정해지면 겁도 없이 척!척!척~! 그렇다, 난 주부 아니던가! 

< 묵은 지 감자탕 만들기 >
1.. 여러 차례 찬물을 갈아주며 등뼈에 남아있는 핏기를 충분히 빼준다.
2. 여유있는 큰 들통에 잡냄새 제거를 위해 생강, 소금, 건 파뿌리, 건 파(흰부분), 통 후추를 넣고 물이 팔팔 끓으면 등뼈를 넣어 초벌 삶기를 한다. (뚜껑을 열고 삶는다)
3. 불순물을 제거해가며 뼈를 삶아낸 다음 2차 잡내 제거를 위해 찬물에 등뼈를 여러 차례 헹궈줘야 하는데 이 때, 등뼈 뒷부분 뼈 사이사이에 붙어 있는 불순물과 뼈 부스러기가 말끔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여러 차례 헹궈준다. 
4. 다시 깨끗해진 뼈를 넣고 펄펄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고춧가루, 후춧가루, 간 마늘(넉넉하게), 생강가루, 된장, 들깨가루(약간), 들기름에 등뼈 국물을 넣어 걸죽한 양념을 준비해둔다.
(김치를 넣어야 하니 양념장의 간은 별도로 하지 않는다.)  
5. 등뼈가 끓어 오르면 양념장을 넣어 주고 등뼈에 양념이 스미도록 1시간 이상 더 끓인 다음  살짝 씻어둔 김장 김치를 포기째 넉넉히 넣어 뚜껑을 닫고 푹~~~ 중약 불에서 은근히 오랫동안 끓여준다. (등뼈가 마디 별로 쉽게 분리 가능하도록, 또 배추 김치가 척척 부드럽게 수저에 감길 정도로 끓여주면 식감도 일품이 된다.)
이 때 마지막으로 깔끔한 감칠맛의 조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사진=감자탕 요리과정]

이렇게 전쟁이 나도 걱정 없을 정도의 basic한 감자탕이 준비되면 적당한 뚝배기에 김치와 등뼈를 조화롭게 덜어 들깻가루와 듬성듬성 썰은 대파와 찰떡 궁합 바라껫잎을 푸짐하게 얹어 다시 보글보글 끓여 먹으면 된다. 

(음식점에서처럼 마지막 타임에 김장김치와 깻잎 송송 썰고 김 가루와 참기름을 넣어 볶음밥까지 해먹는다면 만원으로 온 가족의 푸짐하고 따뜻한 한끼를 해결한 지혜로운 주부가 될 수 있다. 물론 조금 수고스럽지만 말이다. ㅎㅎ) 

 

[사진=푸짐한 감자탕 완성]

돼지 등뼈에 든 척수를 “감자”라 불렀다는 설과 돼지등뼈를 부위별로 나눌 때 감자뼈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넣어 끓인다고 해서 감자탕이라고 불렀다는 설 등등 유래 또한 푸짐한 음식이다.

어떤 설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혼자 먹으려고 했던 음식은 분명 아닐 거라는 확신을 주는 음식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작은 비용으로 조금의 수고를 더 해 탕 한 그릇으로 주변과 따스함을 나누는 난로 같은 음식 …. 그 덕에 보름가량 함께 한 지긋지긋한 감기가 떨어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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