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와이어] 해외여행을 가면 이른 시간 문을 닫는 상점들로 인해 적잖이 당황을 하게 된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11시 즈음 되면 웬만한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고 새벽 시간 대에는 술집 조차 운영하는 곳을 잘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에선 도통 느낄 수 없는 번화가의 조용한 밤 시간. 그 적막함 속에서 한국 창업 시장 변화에 대한 영감을 받곤 한다. 

 

한국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다. 특히 번화가를 중심으로 야간과 새벽을 넘어 24시간 풀 타임 영업을 하는 상점들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의 수요가 뒤따른다는 방증이다. 24시간 동안 손님들이 계속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불경기가 심해지고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점점 밤손님과 새벽손님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얇고 길게 오는 손님들을 받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한국 창업 시장이 언제고 24시간만 고집할 수는 없다. 

 

실제로 신규 출점하는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선택하지 않고, 기존 24시간 운영되던 편의점은 야간 영업을 포기하고 있기도 하다. 24시간 장사를 미덕으로 알고 있는 편의점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오묘한 기운은 어쩌면 한국 창업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획기적인 장면으로 남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사람 중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똑같이 월 삼 백 만원을 버는 이들이 있다고 치면, 이들이 받는 돈은 똑같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근로시간은 다르다. 일본은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6시간 정도 일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에 반해 한국은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10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물론 최저임금이 상이해서 이런 차이가 벌어지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소비패턴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일본은 5시부터 11시까지 손님이 몰린 후 그 이후에는 손님이 끊긴다. 당연히 그 이후에 점포를열어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11시 이후부터 손님이 줄긴 하지만 끊기진 않는다. 매장에 한 테이블 혹은 두 테이블 정도 있는 상태로 새벽 2시 마감시간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한국의 노동 시간은 10시간 정도가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내 매장이 24시간 풀 가동을 하며 버틸 수 있는 곳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인건비는 올라가고 임대료 역시 올라가고 있는데 손님은 줄어들고 있으니 과연 그 간극을 무엇으로 메워야 하는가. 대안은 근무시간 단축이다. 그리고 근무시간, 영업시간이 단축되기 위해선 한국 내 소비, 더 나아가 생활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단기간 내에 한국인의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필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가족의 해체, 혼밥의 증가, 들쭉날쭉한 근무시간, 밤늦도록 이어지는 회식, 그것을 보상받으려는 먹부림과 술부림. 이 모든 사회적 현상들이 먼저 해결되어지길 바라는 것이 맞는 순서일지도 모를 일이다. <글 : 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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