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식집 '상도'의 맛있는 회]

 

[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직장인들 사이에서 “불금”이라 일컫는 날에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간만에 고은 시인의 <가을 편지>를 읊조리며 시내 한복판인 광화문에 갔다.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북적거리지도, 요란하게 밝지도 않은 거리 모습에 솔직히 많이 놀랐는데 마치 낮 동안의 끊이지 않는 집회들로 인해 공간 자체가 피로에 젖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 이 시간대라면 주변 굵직굵직한 회사들에서 벗어난 할 말 많은 샐러리맨들과 나름의 혼을 불태우는 문화 예술인들이 넘쳐나야 하는데 경기가 정말 많이 침체된 것이 맞는 듯 한산한 음식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끊이지 않는 집회와 5천년 역사에서 파생한 줄 서 있는 각종 문화행사, 또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들쭉날쭉한 매출에 여러 상점 사장님들은 울고 웃고 하겠구나,,, 싶었다. (이 곳에서 장사를 하려면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사진=일식집 '상도' 내부]

개인적인 느낌을 뒤로하고 오늘은 세종문화회관 뒤쪽 국민은행 건물 옆 2층에 위치한 일식집 “상도”에 다녀왔다. 

처음 가게에 들어왔을 때 느낌은 마치 “아지트” 같은 익숙한 편안함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와 각각의 룸으로 이루어진 구조 때문이기도 했다. 상도는 활어회를 지향하는 소비패턴과는 달리 알찬 구성의 “숙성회”를 맛 볼 수 있는 아담하고 알찬 음식점이다.

활어회를 3~4시간 숙성하여 수분을 낮추고 생선에서 얻을 수 있는 감칠맛 성분을 최대한 높여 고소함과 식감이 일품인 계절별 모듬 숙성회가 주 메뉴인데 사장님의 조언대로 특별한 모임이 아니라면 직장인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코스메뉴 보다는 대,중,소로 선택 가능한 세트 메뉴와 저렴한 가격대의 단품 메뉴를 곁들이면 일반 코스요리 못지않은 만족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사진=시사모와 청어]

내가 선택한 메뉴는 세트메뉴 중(中)(단품 메뉴를 곁들이면 2~3인 충분히 가능)과 단품 메뉴인 알 꽉찬 겨울 청어와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으로 먹는 시사모인데 이 곳 상도는 숙성회의 참맛을 오롯이 먼저 즐기시라고 메인 메뉴인 회를 제일 처음으로 내오는 사장님의 고집이 특색 있었다.

 

[사진=일식집 '상도'의 싱싱한 회]

세트메뉴 중(中)은 전복내장으로 만든 죽으로 가볍게 속을 달래면 바로 메인 메뉴인 회가 나오는데 그 내용은 윤기 반지르르한 기름진 제철 방어와 주방장의 내공으로 극상의 식감을 이끌어낸 도미 마스까와, 또 참치 뱃살 같은 완전 쫀쫀한 식감의 자연산 농어, 빠지면 서운한 광어, 입 안에서 살살 녹을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연어로 구성되어 충분히 알찼다.

 

[사진=일식집'상도'의 싱싱한 어패류들]

생 오도리와, 해삼, 멍게, 개불로 이루어진 해삼물 다음으로 바삭바삭 푸짐한 튀김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조금 특이하게 매운탕이 아닌 맑은 지리가 나오는데 사장님께 그 이유를 여쭤보니 “회”란 음식이 대부분 술과 같이 먹는 음식이라 다음날 속 풀이를 위해 되도록이면 덜 자극적인 지리를 고집하신다고 한다.(물론 얼큰한 매운탕을 원한다면 사장님께 얘기만 하면 된다.)  

맑은 지리는 계절별로, 또 그날 그날 다른 신선한 재료로 원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준비하신다는데 다음날 손님의 속까지 배려해주시는 사장님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어 더 뜨거운 상도만의 해장국이라 여겨졌다.

 

[사진=일식집'상도'의 인심]

웃음기 가득한 서글서글한 사장님 인상만으로도 손님을 끌어들이실 것 같았지만 저녁시간 내내 젖은 손으로 뭐든 더 내어주려는 손 끝 인심에서 이 곳 상도는 어느 곳에서든 주인이 되는 사장님의 수처작주(數處作主) 의지가 분명이 보여지는 일식집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가오는 연말…누군가와 오븟한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면 광화문 일식집 “상도”를 꼭 권하고 싶다.

빌딩 사이 칼바람을 맞으며 인자한 표정 잃지 않고 앉아계시는 세종대왕 무릎에 무릎담요를 덮어주고 싶은 계절…마음만은 따뜻한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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