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무회의서 5시간 회의 끝 브렉시트 초안 승낙
보수당 내 반대세력 16일 메이 불신임 투표 가능성 제기
의회 비준 벽 넘지 못하면 조기총선·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 시나리오도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이 영국 내각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지만 의회 비준에 실패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내각 총사퇴, 재선거는 물론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영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브렉시트(Brexit) 협상 합의문 초안을 승낙했다.

 

브렉시트 초안이 영국 내각의 지지를 받게 되면서 유럽연합(EU)은 이달 말 임시 EU정상회의를 열고 정치적 수준의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돼 5시간 넘게 이어진 국무회의 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 합의는 우리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밝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내각이 합의문을 지지하기로 공동 결정해 메이 총리가 15일 합의 내용을 의회에 설명하게 된다”면서도 의회 비준이라는 벽을 넘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나 향후 EU와의 관계 등 해결해야 할 난제를 남겨 회의에서 많은 각료들이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메이 총리가 내각의 승인을 얻었지만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BBC 역시 오는 16일 보수당 내 반대세력이 메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메이 총리도 다음달 의회에서 초안 승인에 대한 거부 반응이 심각할 것을 알고 있다면서 “EU와 더 확실히 결별해 국가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반대 세력과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자체를 불안해하는 세력이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간 가디언은 585페이지에 달하는 합의문 초안에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물론 390억 파운드(약 57조원) 수준의 ‘이혼 합의금’(재정부담금) 지급과 내년 3월 29일 브렉시트 이후 21개월을 브렉시트 유예기간으로 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의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기총선이나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릴 가능성 있다”고 보도했다.

 

낙관하기 어려웠던 내각 승인이 순조롭게 이뤄진데 대해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영국 시민·기업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합의 없는 EU 탈퇴, 즉 ‘노-딜(no-deal) 브렉시트’만은 피하자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지만 여전히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메이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로 노선을 전환한 것도 행정부 존립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협상 장기화로 영국 경제가 침체되고 내년 초 의회에서 합의문 초안이 부결될 경우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내각 총사퇴, 재선거라는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 있다는 것.

 

지난 2016년 6월 영국 국민의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29개월 만에 내각 승인을 이뤄냈지만 의회라는 난관이 남아있는 셈이다.

 

한편 EU는 이날 영국을 제외한 27개국 대사급 회의를 열고 임시 EU 정상회의 준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오는 25일께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에 정식 서명하고 12월 초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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