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위원들 통화완화 선호 ‘비둘기파’ 발언 잇따라
CME 페드워치, 내년 6월까지 금리인상 1차례 유력
갈등·완화 거듭하는 미중 관계, 영국의 브렉시트 불협화음 등 리스크 확대
외환시장 “12월이나 내년 3월 중 1차례 금리인상 건너뛰어야”

미국 연준의 12월 FOMC를 앞두고 추가 금리인상 유보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지난 주말 연준 위원들이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발언을 하면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완화될 경우 엔화환율이 달러당 110엔대까지 떨어지며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적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에 달러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주장하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방침을 밝힌 만큼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등 연준 위원들이 통화완화 선호를 뜻하는 ‘비둘기파’ 발언을 했다며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금리가 중립 수준에 근접했고 향후 데이터를 보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고 하커 총재 역시 경제지표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12월에 금리를 인상하는 게 올바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중립금리 수준은 3.0%로, 현재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2019년 중반에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매파’적 입장을 보여 왔던 파월 의장이 지난주 댈러스 연준 행사에서 “세계 경제 성장이 약간 둔화된 것을 감지했다”고 발언한 것도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에 연말까지 엔화 약세를 기대했던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즉각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비둘기파 발언 후 미일 금리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9일 달러당 112.87엔에 거래를 시작한 엔화환율은 장 시작과 동시에 112.63엔으로 하락곡선을 그리더니 종일 소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엔화환율은 지난주 연준의 11월 FOMC 성명서 발표 후 달러당 113~114엔의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5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화가치와 환율은 반대로 엔화환율이 상승한 것은 통화 약세를 뜻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경제 성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시장에서 달러 매도 재료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즈호은행은 연준이 견조한 미국 경기에 근거해 금리를 인상했지만 둔화하고 있는 유럽의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세계 경제 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비둘기파 성향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오조라은행 역시 연준 위원 발언 후 미국 장기금리 기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는 등 금리인상 완화가 의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6월까지 금리인상 횟수를 1차례로 보는 예상은 지난 주말부터 증가하고 있는 반면 2차례 이상으로 예상하는 시각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내년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지면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움직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자 다이와증권은 “달러당 110엔대까지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말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비난 공세에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못한 채 결렬된 것도 엔화 강세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위기다.

 

국제사회는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무역분쟁이 완화되길 기대했지만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오히려 경계심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의 이혼을 앞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영국의 정치 리스크도 관심 대상이다.

 

지난주 영국과 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발표 후 브렉시트부 장관 등이 사임하는 등 영국 정부와 의회 강경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주중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25일 EU 임시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공식 승인이 전망되지만 12월 초 영국 의회 비준이 거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세계적인 정치·경제 리스크를 감안할 때 연준이 금리인상을 1차례 쉬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들어 3·6·9월 금리를 인상한 연준이 12월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 기준금리는 현행 2.00~2.25%에서 0.25%포인트 오른 2.5%로 높아진다. 현재 1.5%인 한국과의 금리 차가 더욱 벌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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