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초과 공급 우려에 국제유가 전월 고점 대비 34% 폭락
유가 하락에 석유주 매도 분주… 미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도 금융주도 하락세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나스닥지수도 하락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23일(현지시간) 국제 원유 거래의 지표가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폭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세계경제 둔화와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 증가로 원유 공급 과잉 우려가 국제유가에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4.21달러(7.7%) 하락한 배럴당 50.42달러로 1년 만에 최악의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3일 기록한 상한가 대비 34%나 폭락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6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이 감산을 검토할 것이라며 유가 반등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를 더 낮춰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하고 있어 감산 실현에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

 

최근 살해된 자말 까슈끄지 사건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정부의 편을 들면서 사우디에 유가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11월 원유생산량이 전월 대비 106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9주 연속(약 485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시장이 전례 없는 불투명한 시대에 돌입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예상보다 원유 생산량과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원유 초과 공급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편 추수감사절 연휴로 휴장한 22일에 이어 23일 조기 폐장한 뉴욕증시는 3대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8.74포인트(0.73%) 하락한 2만4285.95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각각 33.27포인트(0.48%) 떨어진 6938.98, 17.37포인트(0.66%) 하락한 2632.56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 폭락과 함께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셰브론·엑손모빌 등 석유관련주 매도가 이어졌고 미 장기금리 하락 우려에 골드만삭스 등 금융주도 하락세를 보였다.

 

애플·알파벳(구글)·페이스북 등 핵심주가 일제히 하락한 나스닥지수에 대한 불안감도 남아있다. IT관련 기업의 실적 불안이 결국 미국 경기 전체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위해 이번 주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 등 세계적인 정치·경제 리스크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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