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에 발목 잡힌 반도체 시장… 내년 성장률 2.6% 증가 불과
WSTS, 2019년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D램은 0.3% 마이너스 성장 전망
삼성·SK 설비투자 계획 축소로 대응
G20 정상회의 무역분쟁 해소 여부 지켜봐야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던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2019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수급 동향을 조사하는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D램) 성장률이 0.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6월 발표 당시 3.7%였던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것.

 

WSTS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환점을 초래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라며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면서 수급 밸런스가 악화, 결국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시장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메모리 시장의 부진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하며 내년도 반도체 시장 전체 성장률 역시 4.4% 증가에서 2.6%(약 4901억 달러) 증가로 낮췄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경제권이 확대되고 사물인터넷(IoT)이 성장하면서 이상 현상을 보여 왔던 ‘실리콘 사이클’이 새로운 전환 국면을 맞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PC 세대교체나 반도체 기능 향상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2~3년 주기로 반복되는 ‘실리콘 사이클’이 최근 장기간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스마트폰 시장 변화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성장곡선이 꺾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선두를 장악하며 한국의 효자 수출품목으로 분류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어떤 대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지난달 말 올 3분기 실적발표 후 이명진 삼성전자 부사장은 반도체 시황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며 올 4분기 이후 실적 하락을 예상했다. 이 부사장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내년 1분기까지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며 그 이유로 D램 가격 약세와 반도체 시장 불황을 꼽았다.

 

하지만 서버·모바일 수요 확대 등 시장 상황이 변화해 중장기 성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하며 내년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도 D램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한 삼성전자에 이어 투자 계획을 고수하던 SK하이닉스도 올해보다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열린 3·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보다 내년에 수요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해소되지 않은 재고를 고려해 내년 투자지출은 올해보다는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 단위로 결정하던 투자 계획을 시장 상황을 반영해 분기별로 유연하게 집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년 만에 수익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진단한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전년 대비 9% 축소했다고 지적하며 시장 상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문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시장 변조와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확대되면서 올 1~9월 세계 스마트폰 출하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후 급성장한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

 

2016년까지 3000억 달러 수준을 보이던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전년대비 21.6% 증가한 4122억 달러로 처음으로 4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역시 전년대비 15.9% 증가한 4779억 달러로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지만 무역전쟁 장기화 등으로 수요가 감소할 경우 현재 90%에 달하는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영국 조사회사 IHS 마킷은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반도체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수입 감소가 우려된다”며 스마트폰까지 대상이 확대될 경우 반도체 업계가 입을 피해는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2016년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아르헨티나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무역분쟁 해소 여부에 따라 반도체 시장 전망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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