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총리 “국민의 분노 목소리 듣겠다”
유류세 인상 6개월, 전기·가스요금도 3개월 연기
프랑스 유류세 영국·독일보다 크게 높지 않아
마크롱 정권 개혁정책 자체에 반발
기회 잡은 극우정당, 의회 해산·조기 총선 요구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조끼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로 번지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류세 동결을 발표했다. 하지만 마크롱 정권의 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오는 8일 시위는 예정대로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프랑스 정부가 ‘노란조끼’ 시위대에 밀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유류세 인상 동결을 발표했다.

 

지구온난화 대책 일환으로 유류세 인상을 추진해온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4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정부는 국민의 분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증세를 6개월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동절기 3개월 간 연기하고 차량검사 기준 강화도 미룬다고 덧붙였다.

 

AFP통신 등 외신은 “휘발유·디젤 연료가격 인상에서 비롯된 노란조끼 시위가 마크롱 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로 번지면서 상류층과 빈곤층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프랑스 정부가 일단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양보 입장을 밝혔지만 개혁 정책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CNN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요구로 추진되던 시위대와의 대화도 취소돼 이번 주말 계획된 시위를 중단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의 시위 진정 호소에도 불구하고 2주 이상 이어진 노란조끼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13만6000명이 시위에 참가했고 건물 방화와 스프레이 낙서 등으로 경찰과 충돌하며 현재까지 약 4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3차례의 주말 시위에서 총 4명이 사망했고 1일 시위에서는 26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고 300만~400만유로(약 37억8000만~50억4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의 휘발유 소매가는 현재 리터당 약 1.6유로(약 2016원), 경유는 1.5유로(약 1890원) 수준이다. 마크롱 정권이 들어서던 지난해 5월 당시 각각 1.4유로, 1.2유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4%, 25% 상승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폭의 약 3분의 2는 국제유가 급등 때문이고 그 나머지가 과세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마크롱 정권이 올 1월 휘발유는 리터당 0.038유로, 경유는 0.076유로 증세했고 내년 1월에는 각각 0.029유로, 0.065유로 증세를 예정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프랑스의 유류세가 영국이나 독일 등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높은 것이 아니지만 시위대는 그동안 올려온 유류세를 원상복구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마크롱 정권의 구조개혁 정책에 포함된 사회보장 증세로 삶이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민심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프랑스 RTL라디오는 전날 국민의 72%가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5월 마크롱 정권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유럽의회 선거를 의식한 극우·극좌세력(야당)은 이번 시위를 기회로 포착하고 마크롱 대통령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지지율을 앞선 것으로 나타난 극우정당 국민연합(RN) 장마리 르펜 당수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하원의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노란조끼 시위대는 오는 8일 다음 시위를 준비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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