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요구로 캐나다서 화웨이 CFO 체포
뉴질랜드·호주 이어 영국도 화웨이 5G 장비 사용 중단 발표
미 상무부 위법 판단 시 美기업 거래 금지 가능성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 자리 수성도 미지수
ZTE 전철 밟으면 경영 위기 가능성 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협상 도구로 화웨이 제재에 나서면서 경영 위기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지난 3분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화웨이가 주춤할 경우 삼성전자의 독주체제를 굳힐 가능성도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창업주 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 경영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와의 5세대(5G) 부문 협력을 강조했던 영국은 물론 뉴질랜드와 호주도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서 화웨이를 제외한다고 밝혔다.

 

멍 CFO의 혐의는 대이란제재 위반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지난 1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 발동 유예를 결정한 다음 날 화웨이 제재에 나서면서 중국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6일 멍 CFO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가 미국의 법률로, 캐나다의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중국 국민을 체포했다”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며 “중국 시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중국 시민이 미국법 위반 혐의로 제3국에서 체포돼 중국 정부가 분노하고 있다면서 90일 후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위법으로 판단하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서 경영 타격을 우려했다. 미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미 퀄컴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는 화웨이에 제재가 가해질 경우 상당한 피해가 전망된다는 것.

 

더 큰 문제는 화웨이의 매출 규모가 지난 4월 미국의 제재를 받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중흥통신)의 5배 이상에 달해 미국이 경제제재를 단행할 경우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에 칼날이 겨눠지면 중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4월에도 ZTE가 이란에 미국 제품을 불법으로 판매했다며 미국 기업과 7년 간 거래를 금지시켰다. 대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거래가 중단된 ZTE는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고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 안건이 됐다.

 

5월에 열린 미중 무역협상 직전에는 미 국방부가 화웨이와 ZTE이 만든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하고 중국산 통신기기 자체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침을 검토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미국은 10억 달러의 벌금과 보증금(4억 달러)을 받고 제재를 해제했다. ZTE를 중국과의 무역협상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도 같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이버 공격에 의한 안전보장 우려 등을 이유로 일본·독일·이탈리아 등 동맹국에게 화웨이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미국의 멍 CFO 체포는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압박카드’로 여겨져 왔다면서 화웨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안전보장상 리스크를 우려했던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화웨이의 5G 장비를 거부한 뉴질랜드와 호주에 이어 영국 통신사 BT는 이날 화웨이 제품을 3세대(3G) 4세대(4G) 네트워크 사업에서 배제시키고 5G 네트워크 설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BT는 “화웨이와 기간 네트워크 이외 분야에서는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번 발표는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프랑스 오렌지텔레콤에 지분이 있는 이동통신사 EE를 2016년 인수한 후 네트워크를 나머지 사업과 통합하는 프로세스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책임자(CEO)가 1987년 창업한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6036억 위안(약 98조1574억원)에 달한다. 매출액의 50%는 통신장비가 차지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 22%로 1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지난 3분기 애플을 제치고 전년 대비 3.9% 오른 13.4%를 기록하며 18.9%인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의 약진에 밀린 애플의 점유율은 11.8%로 3위로 추락했지만 삼성전자 역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밀려 안심한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고 판매량 역시 7336만대로 14% 감소했다. 반면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5222만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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