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자신이 왜 이것을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 러스틱아일랜드 조재용 대표 l 제공=러스틱아일랜드
 
'러스틱아일랜드' 조재용 대표는 서울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업사이클링을 단순히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해서 만드는 것' 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의 생각 속에 갇히게 된다"며 "늘 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스틱아일랜드에서 주로 사용하는 '목재 팔레트' 원재료를 구해온 뒤 분해해서 오일을 발랐을 때 각양각색의 팔레트의 색깔과 패턴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버려진 소재들에게 인공호흡 시켜서 새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경이롭다'고 표현했다.
▲ 러스틱 아일랜드에서 제품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소재인 '목재 팔레트' l 제공=러스틱아일랜드
 
한양대 산업디자인 학과를 졸업하고 공공디자인 재단과 인테리어 회사 등에서 경험을 쌓고 우연히 자신의 작품이 위키서울 지원 사업의 공모전에서 '최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업사이클링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대표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리다고 할수 있는 나이의 그에게서는 한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오너다운 강단과 야무짐이 있었지만 결코 과신하지 않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존중'이 보였다.


그가 최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던 작품은 '브레이크가 달린 할머니 유모차'였다. 이후 졸업전시 작품으로도 이 제품을 냈는데, 유모차를 전시하기 위한 받침대가 필요했다. 


그는 "종로에서 버려진 목재 팔레트를 찾아냈다. 상점 주인에게 팔레트를 구매하려고 하자 그냥 가져가라고 하는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때 그는 '왜 팔레트는 그냥 줄 수 있는 걸까? (돈을 지불하지 않고)' 라는 의문이 들었고, 목재 팔레트는 구하기도 쉬우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던 차에 이미 친분이 있던 곽종범 공예 디자이너와 뭉치게 됐고, 목재 팔레트를 분해해서 여러가지 시도들을 했다.
▲ 러스틱 아일랜드에서 주로 사용하는 'EPAL 유로 팔레트'. 국제 심의 협약을 거쳐 생산 초기부터 제작 전 과정에 약품을 쓰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제작된 팔레트 l 제공=러스틱아일랜드
 

'디자인'이 전공인 대표와 '공예'가 전공인 곽 디자이너가 만나 서로가 가진 시각적 차이를 극복하고 상호 보완적으로 시너지를 내면서, 제품의 소재 본연의 느낌에 심미적인 요소들이 더해진 양질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디자인'과 '공예'의 조합으로 필요한 모든 전문 기술력이 다 갖춰져 있어서 즉각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예작업에서 쓰이는 다양한 소재들을 자유롭게 접목함으로써 소재의 한계성을 보완해 내구성과 심미성을 높이고, 한층 더 가치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둘 사이에 이뤄진 작업 스타일과 결과물을 총제적으로 봤을 때, 소재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자고 하는 특징이 있었기에 '날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rustic'을 넣어 '러스틱아일랜드'라는 지금의 상호명도 나오게 됐다.
▲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sdf)에 참가한 러스틱아일랜드. 전시부스용 빨간 상자는 버려진 의료기기 운반용 상자를 재창조해낸 것. l 제공=러스틱아일랜드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여러 작업들을 통해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기성품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을 만들수 있게 되자 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딪쳤다.


상품을 '업사이클링' 제품처럼 안보일 정도의 퀄리티로 뽑아내다 보니 '너무 일반 제품들로 보인다'는 모순점에 봉착한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소재를 손수 분해하고 다듬고 만드는 것이기에 생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단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기에 가격적인 면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는 게 어렵다.


조 대표는 처음부터 업사이클링을 '재활용이기 보다 공예라는 큰 틀에서 소재가 확장된 분야' 라는 개념으로 접근했고,  업사이클링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로 퀄리티를 높였는데 소비자들과 만났을 때는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업사이클이 새롭고 좋은 분야라는 인식의 변화는 있었지만, 오히려 특별한 분야라기 보다는 디자인의 영역 중 하나로, 좀 더 편안하게 인지해 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업사이클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소재에 있어 제한이 없기에 각자가 하는 하나하나의 행동들이 업사이클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소재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 러스틱아일랜드의 제품. l 제공=러스틱아일랜드
 
올해 러스틱아일랜드는 사업 방향을 공공 분야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공공 퍼니쳐'에 대해 경직돼 있어 도시가 삭막한 편"이라며 "가장 잘할 수 있는 목재 팔레트의 특징을 살려서 벤치등을 만들어 일반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향을 찾아 볼려고 한다"고 포부를 다졌다.


그는 "업사이클링 업체들이 자신을 알리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러스틱아일랜드는 공공의 영역으로 가볼려고 한다"며 연내 지자체와의 협업을 도모해 볼 생각이다.


그는 더불어 "예전부터 디자인을 할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업사이클링도 그런 가치관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와이어 김 민기자 min@seoulwir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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