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지역 재생…공감 공유 공생" 실천

▲ 제공=공공공간
 
창신동 굽이굽이 언덕을 따라 형성된 봉제마을 끝자락, 낙산공원의 바로 아랫길에 위치한 '공공공간'은 空(비어있음)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공공공간의 홍성재 대표(34)는 인터뷰에서 "'000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이미 만들어진 규칙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새로운 공공성을 제안하고 실행하고자 하는 뜻을 담아, 또 '공감, 공유, 공생'을 위한 디자인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설립했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홍 대표는 '디자인을 통한 지역재생'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디자인 사업에 접근했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업사이클링에 도달했다.
▲ 공공공간 홍성재 대표 l 제공=공공공간
 
공공공간은 2011년 창업한 이후 봉제마을에서는 원단쓰레기를 사용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ZERO WASTE' 방식을 지향해 왔다.

홍대표는 이러한 공공공간의 지향점과 맞물려 올해 주요 역점사업인 '제로프로덕트, 제로디자인빌리지캠프, 제로마켓'의 키워드도 다름 아닌 '제로'로 귀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공간이 지향하는 'ZERO WASTE'의 '제로'는 이미 버려진 것을 업사이클링을 통해 가치 있는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과, 만들 때 버려지지 않게 디자인 하는 방식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 공공공간 제품 전시 l 제공=공공공간
 
그가 생각하기에 큰 틀에서 업사이클링을 실현하는 방법은 '제품'과 '교육 프로그램' 두가지 인데, 제품은 '소재가 생산되고 버려지고 디자인되고 재생산된' 그 모든 시간을 응축시켜서 소비자에게 보내는 것과 같고, 교육 프로그램은 그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의미를 가진다.

나날이 업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학교에서도 업사이클 교육을 도입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 작년에는 시흥시와의 협업으로 30명의 학생에게 1300만원 상당의 교육이 제공되는 창의 체험학교 '디자인 캠프'를 실시했다.

홍 대표는 같은 가격으로 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업사이클링도 그만큼 더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올해에는 1박 2일로 구성됐던 디자인 캠프의 교육과정을 응축해 작년에 수혜받은 인원의 10배인 300명에게 제공되는 '제로 박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제로박스'는 '소외되는 사람도 제로에 가깝게 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제로로 하자'는 의미를 담은 아트박스로, 특히 3~40대의 어머니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해서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공공공간의 봉제마을 간판제작 프로젝트 '거리의 이름들' l 제공=공공공간
 
이외에도 공공공간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처음으로 한 지역재생 프로그램인 '봉제 마을 재생 간판 통일 작업'도 진행한 바 있으며, 카카오에 소셜임팩트팀이 설립되고 처음으로 진행한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프로젝트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공간이 기업과 공공기관의 굵직 굵직한 사업들을 도맡아 할 수 있었던 것은 홍대표의 업사이클링과 지역재생에 관한 뚜렷한 철학이 통했던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대표는 "거대 자본의 플랫폼을 통해 여러 작업들을 진행하면서 혜택을 받았던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공공공간만의 개성을 살릴 수 없다는 점은 늘 아쉬웠다" 며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면 큰 플랫폼과의 협업은 일시적인 수혜로 그치고 만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공공간의 아이덴티티에 집중해 초심으로 돌아 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단순히 개인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업사이클링 산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활성화시키는데 관심이 많은 홍 대표는 얼마전 카이스트 경영대학 MBA 석사 과정을 마쳤고,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의 이사를 연임하며 자신과 공공공간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작년에는 설치예술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업사이클 디자인 제품을 전시할 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파이프를 활용한 이동식 모듈을 만들어 업사이클만의 느낌을 살린 팝업스토어를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업사이클협회는 젊은청년과 같다"며 관심 있는 많은 디자이너의 참여와 지원을 당부하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느끼는 업사이클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낙후지역을 '업사이클'하는 지역재생 분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와이어 김연경기자 kyg10@seoulwir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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