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

'두번째 숨결을 불어넣다'라는 의미를 가진 1인 기업 '세컨드비'는 '자전거 소모품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기업'이다. 누가 보더라도 아이덴티티가 뚜렷하다.


▲ 정지은 세컨드비 대표 l 세컨드비 제공
 


정지은 세컨드비 대표(29)는 최근 서울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세컨드비 제품은 세컨드비에서만 볼 수 있다고 자부한다"며 "다른데서 봤다면 그게 100% 카피라고 자신있게 얘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본 디자인이나 어딘가에서 본 듯한 그럴듯한 형태로 한번 쯤 만들어볼까 하는 유혹에 흔들릴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훗날 제 발목을 잡게 될 것 같아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전거 소모품을 이용해 만든 조명들 l 세컨드비 제공
 
그의 목표는 소박했다.

정대표는  "금전적인 욕심이 별로 없어 그냥 혼자 지내기 부족하지 않을 만큼만 수익을 내면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에는 남들처럼 좋은 기업에 취직을 해야만 사람구실을 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스스로가 사업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몸이 안좋아지면서 회사를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고민하던 차에, 세이지 디자인 김자연 대표를 만나 첫 전시의 기회를 얻었고, 가천대 시각디자인학과 황준필 교수의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속에서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세컨드비'는 정 대표의 학부시절 마지막 프로젝트명이다. 그렇지만 그런 정 대표의 길도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전화받는 일부터 주문확인, 재료 구입, 디자인, 제작, 포장, 발송, 이메일 확인, 인터뷰, 미팅, 세금 문제 등 사업의 모든 일들을 정대표가 직접 처리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시스템을 정립했고, 지금의 '세컨드비'로 거듭날 수 있었다.

몇년전에는 목숨이 위태위태할 정도의 큰 사고를 겪으며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됐다.

병원에서 다시 손을 사용하기까지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피나는 재활 활동을 통해 5년여만에 조금은 사용 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이너에게 손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상당히 큰 치명타였을 텐데도 "조금 느릴 뿐 괜찮다"며 초탈한 듯한 모습의 그는, 작고 연약하지만 그 속에 가득 희망을 품은 '민들레 홑씨'같은 디자이너였다.


당시 자전거 소모품을 이용한 제품 전시를 계기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시와 작품 제작 의뢰가 들어와, 의외로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사업자로 출발하게됐다.


▲ 자전거 소모품으로 만든 화분과 액세서리 l 세컨드비 제공
 
그는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제가 소재로 사용하는 사물들과 동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며 "나를 다시 만든다는 생각으로, 더 멋지고 의미있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값진 사물로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을 만들 때 무엇보다도 소모품을 사용해야하는 이유와 진정한 업사이클링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후가공 처리 및 제작 과정을 통해 그런 고민들을 작품 구석구석 녹여내고 있다.

올해에는 작년에 연이 닿은 서초구 자활센터와 협업해 수익을 내며 제품을 생산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품을 대량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안정적인 채널도 찾고 있는 중이다.

또 그동안 세컨드비의 제품을 유통해 준 업체들과 중국 유통망 확대 방안도 주고받고 있고, 클라우드 펀딩을 이용한 주문제작 시스템과 소셜커머스 연계 등 상반기에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계획·진행하고 있다.


작품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폐기되는 PDA를 이용해 만드는 작업을 의뢰받아 진행 중이며, 'chess'를 주제로 한 작품들도 올해 지속적으로 제작 후 하반기에 전시할 계획이다. 


▲ 세컨드비 제공
 

그는 "지금까지는 저의 능력만큼만 자리를 잡았지만, 앞으로는 사업도 더 확장하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다"며 '마케팅' '경영'을 비롯해 정 대표의 운영 방향과 비슷한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공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업사이클은 스토리텔링하기에 가장 좋은 분야"라며 "그전에는 제작된 제품에 소재가 가진 스토리가 묻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업사이클링을 하는데 있어서, 억지로 이야지를 지어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제품의 스토리를 상상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특징을 살려 "디자인에 스토리가 덧붙여져 서로 상승효과를 내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와이어 김연경기자 kyg10@seoulwir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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