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주머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클러치 카드지갑

▲ 가죽의 옆면으로 자연의 움직임을 형상화하여 인테리어소품으로 제작.(화병데코소품)ㅣ혜
 
수많은 작품전과 초대전으로 기업대표보다 작가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업사이클링 기업 HAE[혜]의 한지혜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연신 해맑은 미소를 지은 HAE[혜]의 한 대표는 지금하고 있는 일을 자신의 일부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는 한 대표는 2014년 12월부터 정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올해로 2년차인 HAE[혜]를 혼자 이끌고 있다.

HAE[혜]라는 상호명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 대표는 "제 이름을 듣고 대충 짐작하셨겠지만 HAE[혜]는 나만의 정체성을 제품에 녹아들게 하고싶었기 때문에 한지혜의 영문이름 혜와 같은 이니셜로 정했다. 또한 HAE는 Handmade, Art, Emotion라는 의미도 각각 담겨있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HAE[혜]의 제품은 자연과 한국적인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자연에서 얻어진 동물의 가죽에서 자투리 부분을 쓰레기통으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장인정신을 담아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고자 했다”며 “한국 업사이클링 기업들이 외국에 비해 시장이 작지만 이 제품을 봤을 때 한국적인 선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면 외국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한국적인 것을 제품의 모티브로 정했다”고 밝혔다.



▲ 사진설명=업사이클링 HAE 한지혜 대표ㅣ사진출처=비즈트리뷴 윤민경기자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혜만의 색깔은 무엇일까.

한 대표는 “업사이클링 제품에 사용되는 다양한 소재들 중 가죽은 현재 다른 업체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고 보통 단순하게 자투리 가죽을 패치워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면 HAE[혜]는 자연의 겹과 결, 한국적인 모티브를 이용하여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소재작업부터 직접 작업을 하기에 정교함을 살려 제작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대표는 건국대에서 텍스타일을 전공했다.

그는  “논문 주제를 찾고 있던 중에 소재 중에서 고급제품의 소재로 쓰이는 가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가죽공장을 직접 방문해 가죽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 후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가죽에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약품처리가 들어가고 산더미로 자투리 가죽이 버려지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높이 쌓여있는 자투리가죽을 보면서 이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어 사업화한다면 쓰레기로 버려지는 가죽도 살리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 업사이클링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고 덧붙였다.

HAE[혜] 제품에 사용되는 자투리 가죽은 고가의 가죽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버리는 가죽을 사용하고 나머지 자투리 가죽은 작품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수작업을 거쳐 만들어진 한 대표의 제품을 본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것이 가죽인지 잘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한 대표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복주머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클러치 카드지갑 등이 있다.

제품을 살펴보면 작은 크기의 자투리 가죽들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모두 연결해서 가죽의 결을 그대로 살리고자한 그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 사진설명=자투리가죽을이용해 복주머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카드지갑,클러치,가방.2014년 서울공예상에서 특선을 수상했던 작품.ㅣ사진제공=HAE
 
한국적인 색을 살리고자한 한 대표의 노력은 제품을 판매할 때 의외의 소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는 “판매되는 제품 모두 전 과정을 자신이 수작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연령대와 비슷한 젊은 층에게서 인기를 끌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한국적인 옛스러움이 50대 연령층에게 큰 매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판매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색다른 소재로 만들어진 가방이라는 호기심을 갖고 접근했다가 상품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이거 버려진 가죽이였어?’라며 구입을 망설이신다거나 다짜고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값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한 대표는 가방의 가격대가 낮을 수가 없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가방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들이 필요하고 모든 작업을 혼자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며 “고객분들이 제품 하나하나에 이런 수고로움과 정성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인 업사이클링 기업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초대전이나 작품전을 열고서 여러 업체로부터 제품관련 문의가 들어오지만 혼자서 모든 일을 다해야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업무의 양이 제한적이라 일의 진행속도가 마음처럼 따라주질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 사진설명=2015년 10월 현대백화점 Gallery H에서 전시했던 작품. 가죽의 뒷면을 이용해 자연의 결을표현. 멀리서보면 가죽이 붓터치를 한것처럼 보인다. 바람이불면 움직이도록 작업하여 산속에 부는바람과 그바람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결을 나타내고자함ㅣ사진제공=HAE
 

수많은 전시를 연 경력이 있는 한 대표는 그 중에 대부분이 ‘초대전’이었다고 한다.


그는 “초대전은 전시를 위해 지불해야하는 대관료가 없기 때문에 그의 제품에 관심을 갖고 연락한 여러 업체들의 요청으로 연 초대전에서는 비용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전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로 2014년 루브르박물관에서 열었던 전시를 꼽았다.

▲ 사진설명=복주머니 시리즈 추가사진ㅣ사진제공=HAE
 

한 대표는 “기존에 자신의 작업스타일은 추상적인 쪽에 가까워서 제품으로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지도교수(김성달)님의 많은 조언과 도움으로 자신이 만든 제품이 소재의 독특함을 살린 상품성으로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업사이클링 작업에 이용할 재료들을 구하기 위해 여러 공장들과 재료상가들을 돌며 한 달에 얼마만큼의 가죽쓰레기가 발생하는지 여쭤보고 다녔을 때 내가 공무원인줄알고 쓰레기통에 있는 가죽도 주기를 꺼려하신 분들도 있었다”며 “지금은 모두 제 사정을 알고 선뜻 가죽을 챙겨주시지만 때로 지치고 힘들 때면 항상 그 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활기차게 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현재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을 개발 중인데 이 상품이 무분별하게 만들어 또 다른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드는 데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또한 전시활동도 꾸준히 이어나가며 버려지는 소재가 아트화 되었을 때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음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와이어 김 민기자 min@seoulwir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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