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코로나19 확산 패닉
태국·인도네시아 등 12개국 금리 인하… 한은도 인하 가능성 솔솔
글로벌 성장 둔화 전망에 안전자산 선호… 달러·금값·미 채권 고공행진
달러 표시 채권 발행 신흥국 기업, 경제·금융 안정성 위협 우려 커져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세계 경제 둔화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리인하는 경기 자극 효과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달러에 투자금이 쏠리면서 신흥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한 각국의 재정·금융 정책이 이어지면 신흥국 입장에서는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부채상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면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잇따라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이미 태국과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12개국이 금리를 인하했고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지난 20일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인하(4.15→4.05%)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동결론이 우세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더 큰 경제적 충격을 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추가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코로나19 확산에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 달러화에 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로 글로벌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주식을 버리고 미 국채와 금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미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폭락한 반면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21일 장중 1.88%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24일에는 1.85%로 더 떨어졌다. 미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도 5개월 만에 최저치인 1.40%까지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인 1.5%를 밑돌고 있다. 금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1.7% 상승하며 7년 만에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환시장에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 결국 신흥국의 채무부담이 증가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기업들은 주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이같은 자금조달 방식이 경제·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신흥국의 금리인하 정책으로 금리가 더 떨어지면 국가와 기업은 차입을 늘리기 쉬워지지만 통화 약세로 달러 표시 채권 발행 기업의 채무상환액이 커지는 등 취약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0) 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리가 낮은 달러 표시 채권을 대거 발행했다는 점이다.

시장이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기준은 10년물 국채수익률인데 현재 전 세계 56개국 가운데 마이너스 수익을 보이는 것은 프랑스·스웨덴 등 13개국,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규모는 13억 달러 수준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편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멈출지, 아니면 더 퍼질지 여부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며 사태가 명확하게 해소되기 전까지 시장의 경계는 풀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 3차례의 예방적 금리인하를 단행한 후 2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코로나19가 연준의 동결 모드를 해제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