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해태 아이스크림 인수 점유율 42%
롯데제과 제치고 1위 기업으로 올라서
소비 인구 감소 속 생존 경쟁 치열해질 듯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빙그레가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을 1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국내 빙과 시장은 ‘롯데’와 ‘빙그레’간 양강 구도로 재편돼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다.
1일 관련 업계와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빙과류 시장은 연간 1조원대로, 계절적 수요 편차가 심하다. 하절기의 제품 재고와 생산 능력 확보, 판촉 지원이 신제품 개발과 더불어 경쟁 성패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설비투자 및 유통망 구축이 중요한 사업으로서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아 사업의 안정성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며, 회사별로 거래처와의 거래관계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프리미엄 제품 개발 및 장수 브랜드 리뉴얼 등 회사별 대표 브랜드에 대한 시장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시장점유율의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빙과류 시장은 롯데제과와 빙그레, 롯데푸드, 해태제과식품 등 4개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시장 점유율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시장조사업체 닐슨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빙과 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 29%, 빙그레 27%, 롯데푸드 16%, 해태제과식품 15% 순이다. 이런 가운데 빙그레가 해태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기존 시장 경쟁 구도가 변화가 생긴 것이다.
빙그레와 해태 아이스크림이 한 회사가 되면 단순 계산으로 점유율 42%가 된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시장 점유율 합산치 45%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롯데그룹은 사업이 중복되더라도 계열사간 합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빙그레는 해태 아이스크림을 별도 법인으로 유지하기로 해 표면적으로는 4개사 체제는 유지되겠지만, 합병을 안하더라도 양사는 한 회사처럼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50%에 가까운 점유율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해태 아이스크림 인수를 통해 유통 구조의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각 사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고객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양사간 발생하는 중복 비용을 줄이고, 빙그레가 기존에 보유한 공장과 해태아이스크림 광주·대구 공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생산·유통에서 더 큰 화학작용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가 협업해 만들어낼 신제품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비슷해 보여도 차별화 된 양사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소비자들의 기호도가 변해 빙과류를 사먹는 고객들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이번 합병을 이끌어낸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빙과류의 주고객인 어린이‧청소년 인구 수가 줄고 있는데다가 청장년층도 커피 등 음료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면서 빙과류 시장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음료로 돌아선 빙과류 고객을 되돌아오게 하면서 새로운 소비자층을 발굴하는 방안 마련이 빙과류 업계에 과제로 주어진 상황이다.
빙그레는 지난달 31일 해태 아이스크림 인수를 발표하면서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부라보콘 등 전 국민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롯데와 빙그레의 브랜드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 “만들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구매하던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시대에 롯데와 빙그레가 어떤 전략을 추진할지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