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 29억 집행… 1만원 벌어 29원 투입
광고선전비로는 10배 통큰 투자…판매촉진비도 32억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유독 연구개발(R&D)에 인색한 식품업계. 그중에서도 롯데칠성음료는 1등 음료회사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소문난 R&D 짠돌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29억1700만원을 썼다. 판매관리비로 1억7500만원을, 순수 제조경비로 27억4200만원을 투입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0.26%다. 식품업계 주요 10개사의 연구개발 비중인 0.83%(CEO스코어데일리 취합)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규모다. 식품사들이 1만원을 벌어 평균 83억원을 내놓을 때, 롯데칠성은 절반도 안 되는 26원을 신제품 연구개발에 사용한 셈이다.

◇ 매출액 대비 0.26%만 연구개발비 투입… 주요 10개사 평균에 크게 못 미쳐
 

반대로 이 회사는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로 356억2400만원을 통크게 풀었다. 연구개발비의 10배를 넘긴 금액이다. 판매촉진에 사용한 비용만 해도 32억4600만원으로 연구개발비 투입 금액보다 많다.

이 기간 같은 롯데그룹 식품계열사인 롯데푸드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연구개발비로 85억4500만원(0.95%)를 투입, 광고선전비 65억6738만9000원보다 통큰 투자를 이어갔다. 롯데제과는 연구개발비 61억4200만원(0.73%), 광고선전비 121억6100만원을 써 2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같은 수치에 대해 롯데칠성음료 측은 "의도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아끼고,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그 결과로 매년 30~40개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투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 매년 30~40개 신제품 출시하지만 '차별화' 부족… "시장 리더 역할 해야"

문제는 쏟아낸 신제품들의 면면이 사실상 특별할 것 없다는 데 있다. '따뜻한 허니레몬&배' '데일리시 곤약젤리' 등 이미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과 크게 차별화 없거나, 또는 기존 자사 제품에 향이나 패키지를 바꾸는 정도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쏟아냈다.

일각에서 롯데칠성음료에 대해 "잘 나가는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놓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고 비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타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효율성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사 관계자는 "출시하고 홍보하면 다 잘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이건 되겠다' 싶어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신제품을 내놔도 사실상 안 될 확률이 더 많다"고 토로하며, "상황이 그렇다 보니 신제품 출시 빈도를 높이되 기존 제품을 변형하거나 타사 히트상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상품개발을 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반면 이러한 시장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R&D보다 마케팅에 집중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결국 전체적으로 R&D 의욕을 꺾고 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 리더들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음료BG 대표는 최근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음료 실적을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개선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맥주부문 부진에도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전년보다 39.9% 증가한 511억5809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bora@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