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 악재가 이어지며 '산타랠리'가 실종된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구분되는 엔화 매수가 확대되고 있다. 달러당 111엔대 초강세를 보이는 엔화환율은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와 종식되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 영향에 엔화가 초강세 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시간 22일 미 정부기관 폐쇄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설까지 세계 금융시장이 들썩일 사건들이 터지면서 다음주 엔화 하락곡선이 더 급격해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닛케이통화인덱스를 구성하는 25개 통화 가운데 엔화가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통화가치와 환율은 반대로 통화가치가 올랐다는 것은 환율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엔화 강세의 가장 큰 원인은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리스크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9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뉴욕증시는 물론 일본증시도 급락, 엔화는 ‘주요국 최약체 통화’가 된 상태다.

 

지난주 25개 통화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엔화는 2.09% 상승했다. 인도 루피와 멕시코 페소가 각각 1.94%, 1.58% 올랐고 유로 역시 0.7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원화는 0.09% 올랐고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는 각각 0.33% 하락했다.

 

지난주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엔화환율은 20일 달러당 112엔 선이 무너진 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는 유럽과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의 정치·경제 리스크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가격 변동이 적은 엔화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초 달러당 114엔대까지 올랐던 엔화환율은 20일 장중 한때 110엔대 후반까지 떨어지면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실물경제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에 달러는 여전히 강하다며 현재의 엔화 강세가 일시적인 리스크 회피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내년 1월 시작되는 물품무역협정(TAG) 협상을 앞두고 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장벽 철폐·환율조작 금지 등 22개 조항을 내건 것도 엔고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증시 하락세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연일 하락세인 뉴욕증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저금리로 조달 가능한 엔화 매수가 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주식시장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랠리’가 실종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4.23포인트(1.81%) 하락한 2만2445.3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95.41포인트(2.99%)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50.84포인트(2.06%) 하락했다.

 

이미 주간 하락률로는 리먼 쇼크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월간 하락률도 12%로 12월 단일월로 보면 1931년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닛케이지수 역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2만 선이 붕괴되기 직전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산타랠리는 사라졌지만 ‘1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 행보와 유럽의 정치·경제 리스크, 끝이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시장의 불투명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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