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거 11주기, 봉하마을 등 전국서 추모 애도
사우나를 좋아해, 취임 전날에도 대중 목욕탕 들러
가난한 집안서 학업 매진, 사법 17기 유일한 고졸 합격자
인권변호사 거쳐 1988년 국회의원 당선, 정치의 길로
아쉬운 생의 마감, 영원히 기억될 것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1주기를 맞는 날이다. 2003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고인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1주기를 맞는 날이다. 2003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고인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김상준 기자] 지난 2009년 5월 23일, 이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공군 특기학교를 수료하고 이동하던 버스 안 TV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속보로 나왔다.

비도 내리던 터라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소리 빼고는 버스 안은 적막이 흘렀다. 흐느끼는 동기생도 있었다. 기자는 그저 온 몸에 닭살이 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 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16대 대통령 취임 전날에도 ‘취임하고 나면 대중목욕탕에 올 수 없으니까’라며 사우나에 들렀다고 할 정도다. 이 때문에 당시 언론들은 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에 놀랐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1946년 8월 경상남도 진해시 진영읍의 빈농 집안에서 태어나 학업시절에는 우수한 성적으로 유망했지만 결석은 잦았다. 이는 집안의 가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30대 시절의 노 전 대통령은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5개월 만에 사직한다. 그는 제 17회 사법시험을 합격했는데, 당시 유일한 고졸 출신 합격자였다.

이 때문인지 노 전 대통령은 ‘학력’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에는 유시민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후보님 ‘가방끈’ 컴플렉스 있으시죠?”라고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갑작스런 질문에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은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유 이사장은 “후보님, 제가 글도 잘쓰고 좋은 대학도 나왔는데, 왜 후보님하고 일하고 있겠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면서 “당신은 나에게 없는 한 가지가 있어서다. 사람을 끌어 당기는 힘이다”라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1년도 제 5공화국 정권의 민주화 세력에 대한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으며 인권을 변호하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30년 전 그가 설립한 노동법률사무소의 광고지를 보면 ‘여러분의 땀과 눈물과 기쁨 속에 항상 함께 있고 싶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모르거나, 돈이 없어 애태우는 근로자를 돕고자 하니 주저없이 상담 문의 바랍니다’고 쓰여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상담료는 받지 않습니다’라고 끝마친다. 당시 노 대통령이 가진 가치관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고, 5공 비리특별위원회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일명 ‘청문회 스타’로 등극했다. 당시 청문회 영상에서 “밤을 새우더라도 답변을 받겠다”고 말하는 젊은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패기가 넘쳤다.

4번의 낙선과 고생 끝에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 건설사 홍보 관계자와 점심 미팅을 한 적 있다. 그는 기자에게 고등학생 시절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마주친 기억에 대해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는 노 대통령을 봤는데, 단번에 ‘저 분이 대통령 되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퇴임 후 고향인 봉하마을에 귀향하고 재임중 비리로 조사를 받다가 2009년 5월 23일 사저 뒷산에서 투신,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옆에서 기록으로 남겨두던 청와대 비서실 전속 사진사는 그를 이렇게 “직위의 높고 낮음 없이 모두에게 평등했다”고 기억한다. 전속 사진사가 찍은 사진만 무려 50만 컷 이상 이란다. 그 중 기자가 가장 기억하는 사진은 소파위에 쪽잠을 자는 사진 속 대통령의 모습이다. 침대 아닌 소파에서 자는 대통령이라니. 솔직히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었으면서, 강했던 사람.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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