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기준 지난해 21.54%.
연결기준도 가장 낮아 34.12%
수익 악화 속에도 관리 강화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삼성전자의 부채 비율이 20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의 급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체를 겪는 가운데에서도 철저한 비용관리와 수입내 지출을 실시하는 등 위기경영으로 외부 자금 차입 등을 착실히 줄여나간 결과로 분석됐다.

4일 <서울와이어>가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회사의 부채비율을 조사한 결과, 별도 기준 지난해 부채비율은 21.54%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얼마 정도 차지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기업의 재무구조, 특히 타인자본의존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경영지표로, 부채총액을 자본총액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한다.

즉, 상환해야 할 타인자본(부채총계)에 대해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가를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재무구조’ 또는 ‘안전성비율’ 이라고도 한다.

통상 어느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라면 빚이 자사가 보유한 자본보다 두 배 많다는 것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1997년 한국이 구제금융 신청을 하자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채비율을 200%선에 맞추라고 요구한 바 있는데, 지금도 200%를 기업 건전성 지표로 활용한다. 이런 점에서 놓고 봤을 때 21.54%인 삼성전자의 부채비율은 무차입 경영에 근접하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5.35%였던 삼성전자의 부채비율은 이후 꾸준히 낮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24.79%로 떨어졌다. 이후 20~30%대를 오르내리다가 2018년 26.61%에서 지난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외 계열사·자회사를 연동한 연결기준 부채비율도 역대 최저치다. 지난 2000년 176.56%까지 치솟았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04년 89.57%로 낮아졌으며, 이후 꾸준히 비율이 내려가더니 지난해 34.12%였다.

부채비율이 낮추면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진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경영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금융 신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금 유치 등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같이 부채비율은 20~30%대, 자기자본비율은 70~80%대인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공황)과 같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부채 관리에 중점을 둔 것도 뼈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해 연쇄 도산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때, 삼성전자도 외부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한 두 시간 정도 부도를 겪은 적이 있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인해 차입금이 많았던 당시 금융권이 일시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유동성이 위기를 겪었던 것이다.

재무 담당자들이 은행 등을 돌며 대출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 때를 계기로 차입금을 되도록 쓰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깨달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데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경쟁기업 대비 초격차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올 1분기 삼성전자 부채비율은 별도기준 24.32%, 연결기준 34.19%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수사와 법원의 재판, 2분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코로나19의 영향과 이에 따른 제품 판매 축소 등 악재가 이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삼성전자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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