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네덜란드 EUV 장비·일제 테스터로 7나노 칩 생산 라인

화웨이, 세계 2위 주력 스마트폰·5G통신장비 타격···향배 주목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스마트폰칩셋을 생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세계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스마트폰칩셋을 생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세계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서울와이어 이재구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화웨이로부터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진 화웨이 스마트폰용 칩을 생산하지 않는다. 

샘모바일은 16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협의 중이던 스마트폰용 기린칩 칩 생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지난달 15일부로 미국 정부가 개정된 해외직접생산제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FDPR)을 시행함에 따라 더 이상 대만 TSMC에 칩을 위탁생산하기 힘들게 됐다. 이에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스마트폰용칩과 5G통신기지국용 칩셋 공급사로 급부상했다. 폰아레나는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5G기지국용 칩셋을 공급받기위해 삼성전자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규제를 피해 완벽하게 합법적 스마트폰 칩을 공급받을 방법을 삼성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삼성전자의 결정에 따라 통신기지국 사업과 향후 스마트폰(주력폰용) 칩셋 조달에서 모두 치명타를 입을 위기에 처했다. 
 
오직 삼성전자만이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첨단 7나노 생산장비를 갖추고 있어 미국의 FDPR 규제를 피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로부터 거절 당했기 때문이다.  

아시아타임스는 14일 삼성전자가 7나노칩을 생산하기 위해 일본의 반도체 테스터와 네덜란드 ASML사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사용하는 소규모 생산 라인을 개발해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생산 설비라면 화웨이 스마트폰용 칩을 생산하더라도 미국의 FDPR을 피할 수 있다. EUV빔은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집적 회로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매우 얇은 패턴을 만들 수 있다.

이에 앞서 화웨이는 지난달 15일 개정된 FDPR 즉시 발효로 기존 칩 생산협력사였던 TSMC로부터 칩 위탁 생산을 원천봉쇄 당했다. 이 개정 규칙은 칩생산 과정에 들어간 미국의 제조장비와 반도체설계 소프트웨어(SW) 비중이 10%(가격 기준)만 넘어도 미정부가 이 칩의 미국 반입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미 정부의 새 FDPR 발효에 따라 지난 5월 15일까지 수주했거나 생산중인 칩셋만 이날로부터 120일 이내(9월13일)에 모두 납품받을 수 있다. 화웨이는 통신망 장비와 스마트폰용 주요칩을 이미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에따라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칩 위탁 생산 대안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칩 위탁생산)사업부가 급부상했고 삼성에 칩 생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자회사 하이실리콘)가 자체 설계한 기린칩은 7나노 및 5나노미터 공정 칩이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칩은 삼성의 스마트폰용 엑시노스 칩셋나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과 비교할 때 특징, 성능, 전력 효율 면에서 일반적으로 꽤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는 이를 생산할 반도체 생산 공장이 없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조차도 이 수준의 칩 생산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TSMC와 삼성전자만이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고정밀 칩생산 공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TSMC의 대안은 삼성 반도체 생산 공장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화웨이는 오는 9월13일까지 TSMC로부터 칩셋을 납품 받은 후에는 추가로 칩셋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사진=화웨이
화웨이는 오는 9월13일까지 TSMC로부터 칩셋을 납품 받은 후에는 추가로 칩셋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사진=화웨이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이미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유기발광소자(OLED)디스플레이와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요청한 기린 칩을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스마트폰 칩셋을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에는 커다란 악재다.

삼성의 결정이 사실이라면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용 칩을 위해 대만 미디어텍이나 자국의 스프레드트럼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두 회사 어느 쪽이든 화웨이 스마트폰에 더 느리고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용 칩을 공급할 수 밖에 없다. 화웨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카운터포인트는 15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조사결과 삼성전자가 지난 4월 화웨이에 처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내줬으며 이같은 상황은 5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한 올해 2분기에는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화웨이 아성인 중국시장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됐지만 삼성전자의 주요시장인 유럽, 미국,인도시장이 여전히 코로나19에 다른 수요부진으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화웨이는 중국 굴지의 파운드리 SMIC에도 일부 중저가 스마트폰용 칩 생산을 맡겼다. 그러나 화웨이의 가장 앞선 칩은 TSMC의 7나노와 5나노 공정에서 제조해 왔다.

미국정부의 FDPR시행이후 중국 정부는 뒤늦게 외부 파운드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내 파운드리 산업을 육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자국 최대의 파운드리인 SMIC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기술개발을 요청했지만 아직 최첨단 7나노 및 5나노 공정기반 칩을 만들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 측이 네덜란드 ASML사의 장비를 구매하려 했지만 이 회사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MIC가 올해 말까지 7나노 공정 칩을 미국 장비로 생산할 경우 이 칩을 미국으로 반입할 때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기업들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 삼성과 경쟁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 중국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화웨이의 스마트폰, 특히 주력폰과 5G통신기지국 장비사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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